[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정부가 브라질산 가금류 및 관련 생산물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강경 조치를 내렸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17일부터 브라질산 종란, 식용란, 초생추(어린 병아리), 가금육, 그리고 가금 생산물의 국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고 밝혔는데요. 브라질은 국내 수입 닭고기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이번 조치는 국내 식자재 유통망과 외식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급식업체와 중소 치킨 전문점 등은 공급선 전환이 쉽지 않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브라질산 닭고기는 총 15만8000톤으로, 전체 수입 닭고기 18만3600톤 중 86.1%에 달했습니다. 이는 국내 연간 닭고기 소비량 80만1600톤 중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저렴한 단가와 안정적인 공급으로 주로 급식업체, 치킨 전문점, 편의점 가공식품, 일부 중소 식당들이 선호해 온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중단되면서, 실질적인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치킨가게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입 금지 조치가 발표된 직후부터 식자재 업체들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는데요. 브라질산 닭고기의 주요 고객이던 이들 업체는 당장 다른 수입선을 확보하거나 국내산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중소업체들은 기존의 공급 계약 구조를 급하게 전환하기 어렵고, 국내산으로의 전환 시 단가 인상이 불가피해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죠.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고기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 급식이나 대량 납품에 최적화되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국내산이나 다른 국가로 변경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당장 가격 인상은 없다”…그러나 ‘예의주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일단은 침착한 대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3사는 모두 국내산 닭고기만을 사용하고 있어, 현재로선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당장의 가격 인상보다는 마케팅 전략을 통한 수요 유지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일부 브랜드는 공급망 안정 시점까지 한정 수량 판매, 세트 구성 조정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다양한 판촉 행사로 소비자 이탈 방지를 꾀하고 있습니다. 한 치킨업체 관계자는 “당장 닭고기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비용 압박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소 치킨 전문점들도 “아직까지는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브라질산 수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전체 시장에서의 수요 압박으로 인해 국내산 닭고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국내 육계업체들도 즉각적인 공급 안정 대책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업체인 하림은 닭고기 수급 불안에 대응해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하림 측은 “5~6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5% 이상, 7~8월에는 110% 수준까지 육계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다른 주요 생산업체들 역시 생산 확대, 도계장 가동률 상향, 물류체계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식업체 “비용 인상 불가피”…단체급식 단가 인상 가능성 커져
이번 수입 중단 사태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단체급식업체들입니다. 이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 공급이 가능했던 브라질산 닭고기에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이미 납품가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한 학교급식 운영업체 관계자는 “당장 이달부터 일부 납품업체에서 공급가 조정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결국 급식 단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는데요. 농식품부는 현재 미국, 태국, 중국 등 대체 수입국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검역 기준 및 안전성 평가를 거쳐 순차적으로 수입 확대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농식품부 측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양한 국가와의 수입 협정을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수입국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는 최소 몇 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국가에 집중된 수입 구조의 위험성이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닭고기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 공급망의 과도한 집중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식품유통학회 한 관계자는 “가금류 수입의 80% 이상이 한 국가에 집중돼 있는 구조는 매우 위험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입국 다변화,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기반 확대와 냉동 비축 물량 확충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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