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미매각 뻔한 채권 러시…기업·증권사 '공생 논리'
SK는 완판, 롯데 미매각…포트폴리오에 희비 엇갈려
은행 대출 한계, 낮아진 이자율에 회사채 시장 각광
인수 여력 높아진 증권사, 미매각 위험에도 주관 나서
2025-07-25 06:00:00 2025-07-2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3일 10:2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채권 발행시장에서 기업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사업 수익성과 포트폴리오에 따라 비슷한 등급, 비슷한 업종 내에서도 수요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저신용 채권 발행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 이익을 노린 발행사와 단기 수익성 확보를 노리는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엄정해진 시장의 옥석 가리기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건설 계열사 SK에코플랜트는 13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8830억원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회차별로는 1년물과 1.5년물, 2년물로 진행된 이번 모집에선 각각 1660억원, 2850억원, 432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고 금리도 희망밴드 하단 수준에서 결정됐다.
 
앞서 채권 발행시장에선 건설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실제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 6월23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단 1건의 주문도 받지 못해 전액 미매각됐다.
 
당시 롯데건설은 1년물과 1.5년물의 희망금리 범위로 각각 5.4∼5.7%, 5.6∼5.9%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시장의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어 7월 진행된 추가 청약에서도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지 못해 주관 증권사들이 인수해야 했다.
 
SK에코플랜트와 롯데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각각 A-, A0로 오히려 롯데건설이 한 단계 높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진행한 회사채 발행에서 이 둘의 희비가 교차한 이유는 사업 구조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연결기준 사업 매출비중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비롯한 건설업은 2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 주요 사업부문은 산업플랜트(19.4%), 에너지사업(17.9%), 생산시설 플랜트 사업(12.5%) 순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의존도가 낮았다.
 
반면 롯데건설의 경우 주택 2025년 1분기 기준 주택사업의 비중이 61.2%에 달해 분양시장 경기에 사업 수익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그룹 주요 계열사의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속되는 회사채 발행, 이유는?
 
사실 롯데건설 회사채 미매각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작년 말부터 불거진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로 롯데 계열사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하락한 상태에서 수요예측 직전인 6월 중순을 전후로 신용평가사들이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낮추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회사채 발행에선 주요 증권사들이 대표 주관사와 인수사로 나섰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키움증권(039490)이 대표주관을 맡고, △아이엠증권, △대신증권(003540)미래에셋증권(037620) 등이 인수사로 나섰다.
 
이처럼 다수의 증권사들이 미매각과 채권 인수의 위험을 무릅쓰고 주관에 나선 것은 증권사와 발행사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국내 주요 은행권은 건설사 대출을 줄이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월31일부터 신용평가 등급 이상 건설사에만 10억원 이상 신규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2023년 하반기부터 건설업을 중점 관리 업종으로 선정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반면 기존 은행 대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에 기존 대출 금리 인하를 협상했다. 롯데건설의 선순위 수수료 포함 조건 금리는 8.5% 수준으로 현행 채권 발행 금리보다 현격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건설은 자금 조달 방법으로 채권에 눈을 돌렸다. 실제 채권발행 금리는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AA-급 회사채 금리는 2.947%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심리적 지지선인 3%가 깨진 이래 줄곧 발행금리는 2%대 후반을 유지 중이다.
 
증권사들은 향후 롯데그룹 관련 딜 주관을 위한 관계 개선을 노리는 한편 다수 증권사가 참여해 리스크를 분산한다면, 단기간 5%대의 고수익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강해지는 만큼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 위험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점도 채권 인수에 뛰어들게 했다.
 
결과적으로 롯데건설의 채권발행은 미매각을 각오한 일종의 대출이라는 평가다. 은행권 대출이 여의치 않게 된 롯데건설 입장에선 채권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 조달을 했고, 증권사들은 단기간 중위험 수준의 딜을 성사시킨 셈이다.
 
이에 시장에선 수요예측 과정에서 미매각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잇따를 것으로 본다. 최근 증권업계 실적 개선으로 상대적으로 인수 여력이 높아진 데다 일부 산업에선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전 고금리 시기라면 미매각 채권 인수에 부담이 컸겠지만, 금리 인하 기조가 강해지는 현 상황에선 어느 정도 수익성이 충족된다면 가능하다”라며 “다만 최소한의 리스크 대비도 증권사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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