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여곡절 끝에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정치 불확실성 제거만으로도 일단 산업계에선 한숨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 으레 나오던 들뜬 모습, 업종별 수혜 기대감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12·3 계엄 후 6개월간의 혼란이 이제 겨우 멎는 것이고, 업종마다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더미인 까닭이다. 1%에 간신히 턱걸이 중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업들이 느낄 심적 압박을 방증한다. 냉정하게 보면 대한민국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던 처지를 수개월 만에 간신히 벗어나 이제 다시 글로벌 경쟁의 출발 레이스 선에 선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엄중한 현재의 경제 상황이 새 정부에 쓴 약이 되길 바란다. 내란이라 일컫는 초유의 계엄 사태를 거쳤음에도 과반을 결국 넘지 못한 지지율에 대해서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안으로는 자중하고 밖으로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손에 쥐어준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디 잘 벼려서 쓰길 바란다. 내란의 뿌리를 잘라내는 일만큼이나 0%대 성장을 막는 것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은 무조건 돈이 돌아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추경이 시급한 가운데 정부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 이후 더욱 수세에 몰린 야당의 공세에 직면할 것이 예상된다. 야당은 예산 퍼주기라는 구호 아래 무조건적인 공격을 펼치는 일만은 자제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야당이 할 일은 추경이 적재적소에 쓰여 시중에 자금이 원활히 흐를 수 있게끔 잘 감시하는 것이다. 무작정 앞길부터 막아서선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한 인공지능(AI) 분야에도 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해외 빅테크들이 기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속 국가적 차원의 AI 전략은 미래 성장을 담보할 핵심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 일단은 대통령실에 신설되는 AI정책수석이 추후 국가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P)와 함께 우리나라 AI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각 부처 수장 인선의 윤곽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얘기는 아직 돌고 있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정부가 미래산업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AI 정책이 신중한 접근을 바탕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과기정통부를 한 데 아우르며, 부디 짜임새 있게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은 시기다. 국가 공무원들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크고 작은 혈관 역할을 하는 민간 주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첫발을 떼는 정부를 향해, 생산적인 비판만이 쏟아지길 바란다.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가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경제 원팀이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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