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중 '피살 사건' 발생…시급한 안전 예방대책 '마련'
2025-06-13 11:53:10 2025-06-13 11:53:1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로 인한 살인사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다가 살해되는 경우도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50대 여성 A씨가 피살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주거지 현관문에 안면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폐쇄회로TV(CCTV)까지 설치했지만 살인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교제폭력 학술대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경찰청과 호주 모내시대학교, 호주 멜버른대학교, 호주 가톨릭대학교 등 호주 주요 대학들이 공동개최 했다.(사진=뉴시스)
 
A씨를 살해한 용의자로 특정된 B씨는 앞서 지난 4월 A씨를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원은 B씨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나 10년 이상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앞서 5월에는 동탄에서 30대 여성 C씨가 교제하면서 동거하던 D씨로부터 납치돼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D씨는 C씨로부터 분리돼 C씨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져 있었지만 D씨를 납치하고 살해한 후 자살한 겁니다. 초기에 C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진술이나 단순 말다툼이었다는 진술을 믿고 한동안 가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다가 분리된 후에야 C씨가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 등 D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는 사이 끔찍한 범죄가 벌어진 겁니다.
 
동거하는 연인 사이에 폭력행위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 단순히 경고만을 하고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인 사이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단순 말다툼이었다고 진술할 때 경찰이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가정폭력처벌법)상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실혼 관계라면 가정폭력처벌법상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에게 응급조치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그 응급조치에는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 △ 현행범인의 체포 등 범죄 수사 △피해자의 동의가 있으면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 △폭력행위 재발 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신변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고지 등이 포함됩니다.
 
재발의 우려가 있으면 △피해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피해자나 그 주거·직장 등에서 100m 이내의 접근금지 △피해자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의료기관이나 그 밖의 요양소에의 위탁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상담소 등에의 상담위탁 임시조치 등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말 그대로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합니다. 가해자가 위와 같은 조치를 위반하고 벌 받을 각오를 한다면 얼마든지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험도를 잘 판단해 구속수사를 하는 것이 확실한 해결책이지만,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고 이는 형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도 합니다. 형사소송법 역시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구속의 사유로 △주거부정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 △증거인멸의 우려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 사유 중 한 가지만 있어도 구속 사유가 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이 위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에 의해 신설됐는데 구속 사유의 심사에 의무적으로 고려할 사항을 정한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의무적 고려 사항만을 고려해 구속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하지만 데이트폭력, 스토킹 범죄, 가정폭력 등의 특성을 고려해 재범의 위험성이나 범죄의 중대성 등을 구속 사유로 추가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한다면 위와 같은 사건을 예방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교정시설의 과밀화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항상 100% 이상이었습니다. 법무부도 시설 확충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이나 부지선정의 곤란 등으로 당장 해결은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 2022년에는 대법원이 교정시설 과밀 수용 행위를 이유로 수형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교정시설의 현실을 법원이 외면할 수는 없으므로 구속이 꼭 필요한 경우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불구속 수사의 원칙에 따라 쉽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경향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치료감호시설도 이미 포화상태이고 인력과 예산은 늘 부족해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안전은 말과 구호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의 인원을 늘리고 역량을 강화해야 제대로 된 판단을 통해 신속한 조치를 할 수 있고, 교정시설을 충분히 확보해야 당장 범죄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격리해 교화시킨 후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제대로 된 치료감호를 해야 사회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인력과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는데 필연적으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현장의 대응만을 탓하기보다는 시민 안전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