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전세보증금이 부풀려진 전세 계약을 바탕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보증공사가 보증한 경우, 해당 전세 계약은 허위의 전세 계약이므로 보증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전세보증금 액수가 부풀려진 전세 계약은 중요 사항에 대해 허위가 있는 것으로 본 겁니다.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2017년 8월 임차인 A씨는 임대인 B씨와 전세보증금 2억6400만원에 전세 기간을 2년으로 하는 전세 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전세보증금으로 2억30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A씨는 이 전세 계약서를 근거로 원고 은행과 전세보증금 2억1000만원의 전세자금대출 계약을 하고 대출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위 대출금에 대한 보증업무위탁 협약을 체결했고, 피고 주식회사 C와 사이에 대출 거래 약정에 대해 보험계약을 했습니다. 이후 A씨가 원고에게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 HUG에게 보증계약에 기한 사고 통지를 했고, 피고 HUG는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통지했습니다. 이에 원고가 주위적으로 피고 HUG에게는 보증책임의 이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C에게는 권리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하급심 사이에도 결론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1심은 피고 HUG가 대출금 2억10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습니다. 전세 계약이 사기 또는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실제 지급된 2억3000만원의 범위에서는 진정으로 체결된 유효한 임대차 계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겁니다.
2심도 보증사고가 발생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HUG가 원고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실제 지급한 전세보증금 2억3000만원 범위에서는 유효하게 체결된 전세 계약이라는 점은 긍정했습니다. 다만 A씨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일부 범위에서 근저당권의 실행에 따라 상실될 우려가 있는 사정 변경이 생겼으므로 그 범위에서는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약관을 해석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별 계약 당사자가 의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정 약관 조항의 문언이 갖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 약관 조항이 전체적인 논리적 맥락 속에서 갖는 의미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보증 약관에서 말하는 ‘허위의 전세 계약’에 그 전세 계약의 내용에 일부 허위가 있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봤습니다. 이 사건 보증 약관은 사기 또는 허위의 전세 계약으로 보증부대출을 받았을 때를 피고 HUG가 보증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사유 중 하나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피고 HUG가 진정하게 작성된 전세 계약서에 따라 정상적으로 실행된 전세금 대출에 대해 보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고려한 겁니다.
하지만 전세 계약의 사소한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면책된다고 해석하면 HUG의 보증을 믿고 대출을 실행한 원고와 같은 금융회사에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대출의 근거가 된 전세 계약의 허위성은 보증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증 범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항에 대한 것으로 한정된다고 봅니다.
위 사건은 전세보증금을 실제로는 2억3천만원 지급했는데 계약서는 2억6400만원으로 작성해 일부 허위가 있는데, 이 계약서를 근거로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았으므로 피고 HUG의 보증계약 체결 여부나 보증채무 범위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HUG가 A씨의 구상금채무 등에 대한 담보로 A씨의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을 양수한 점을 고려하면 보증사고 발생 시 구상금 채권 변제의 실효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 사건 보증 약관이 말하는 허위의 전세 계약에 해당해 피고 HUG는 면책된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위 사건의 원고와 같이 전세금을 대출해 준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HUG가 보증한 금액을 금융기관에 지급하고 A씨에 대해 구상금 채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HUG가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구상금 채권의 회수 가능성 등을 파악하려면 진정한 전세 계약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허위의 계약이라면 회수가 곤란한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대법원은 HUG의 지위와 공적 재원인 기금이 부당 사용되거나 적정하게 분배 및 사용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전세보증금을 부풀린 전세 계약은 면책대상인 허위의 전세 계약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 은행은 피고 주식회사 C와 사이에 대출거래 약정에 대해 보험계약에 따른 권리보험금을 통해 손해를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소송 과정에 소요되는 기간이나 비용이 모두 손실이 되므로 금융기관은 전세금 대출 등을 할 때 허위의 계약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임대인과 임차인이 허위의 계약을 통해 실제로 지급한 보증금 이상의 대출을 실행해 편취하면 사기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가볍게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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