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올해 1분기 전체 가구 소비지출이 코로나19 이후 5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관세정책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영향으로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이면서 지출 여력이 있어도 지갑을 닫았다는 분석입니다. 소득 '양극화'도 악화했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전체 분위 중 유일하게 소득이 줄었고,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은 증가하면서 두 집단 간 월평균 소득 격차는 약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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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어도 소비 줄였다…실질소비지출 7분기 만에 감소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습니다. 7분기 연속 증가 흐름으로 근로소득(+3.7%)·사업소득(+3.0%)·재산소득(+6.2%)·이전소득(+7.5%)이 모두 늘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도 2.3% 늘었습니다.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407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2.2% 증가했습니다. 이중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해 2020년 4분기(-2.3%)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소비지출 항목별로는 주거·수도·광열(5.8%), 기타상품·서비스(5.6%), 식료품·비주류음료(2.6%) 등 주로 필수 소비에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주류·담배(-4.3%) 등에서는 감소했습니다.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0.7% 감소했습니다. 물가 상승분을 빼면 실제 소비량은 줄었다는 뜻입니다. 2023년 2분기(-0.5%) 이후 7분기 만에 첫 감소 전환으로 팬데믹 당시인 2020년 4분기(-2.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가구 실질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모두 1% 넘게 늘었지만 작년 4분기 증가율(0.9%)부터 1%를 밑돌더니 올해 소득이 늘었는데도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소득에서 연금·보험·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2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습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7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3% 증가했습니다. 2022년 2분기(35.2%)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흑자율도 2.1%포인트 상승한 30.2%를 기록했습니다. 소득이 늘어도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69.8%로 전년 동분기 대비 2.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소득 증가세에도 소비가 줄어든 탓입니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수치이며 2022년 2분기(-5.2%)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1분기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가 좋지 않았다"라며 "최근 3분기를 보면 소득과 비교해 소비 위축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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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1분위만 소득 '감소'…분배 지표 악화
소득 분위별 '양극화'를 보여주는 지표도 악화했습니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5% 줄었습니다. 근로소득(-0.1%)과 사업소득(-7.7%), 이전소득(-1.0%)이 모두 감소했고 재산소득(29.3%)도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는 1분위에 고령 가구 및 자영업자 가구 비중이 전년보다 많이 줄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135만8000원으로 3.6% 증가했습니다. 고물가 영향으로 교육(28.2%), 주류·담배(10.8%), 음식·숙박(8.0%), 주거·수도·광열(7.0%) 등 기초생활 분야 중심으로 지출이 늘었습니다. 비소비지출도 8.3% 증가했습니다. 소득은 줄었는데 비소비지출은 늘면서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92만1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6% 감소했습니다.
소득 상위 20% 이상인 5분위 가구의 올해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188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5.6% 증가했습니다. 근로소득(4.1%)·사업소득(11.2%)·이전소득(4.2%) 모두 늘어난 결과입니다. 통계청은 지난해 주요 기업 성과급 지급이 줄었던 기저효과로 근로소득이 늘었고 5분위 가구 중 자영업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사업소득도 증가했다고 봤습니다.
5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520만4000원으로 2.1% 늘었습니다. 오락·문화(11.5%), 보건(11.2%) 분야 소비는 늘었고, 교통·운송(-7.6%), 의류·신발(-3.3%) 등에서는 소비를 줄였습니다. 비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4.3% 늘었습니다. 비소비지출보다 소득이 더 늘면서 5분위 가구 처분가능소득은 91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습니다.
이 과장은 "1분위 가구 소득은 줄었지만 필요한 지출이 계속되면서 소비지출이 늘었고 5분위 가구는 자동차 구입 등 일부 내구재·준내구재 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분배 지표는 악화했습니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1년 전(5.98배)보다 올랐습니다. 배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1분위와 5분위 간 소득 격차가 커졌다는 뜻으로 분배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공식적인 소득분배 개선 여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연간지표)를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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