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종반부에 들어선 6.3 조기 대선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돌출 발언으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성 관련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사퇴 요구와 고발이 빗발친 건데요. 이준석 후보는 하루 만에 "불편할 국민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면서도 "충분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반쪽짜리 사과에 나섰습니다. 결국 자신의 발언이 옳았다는 고집 아래 '억지 사과'를 한 셈입니다. 자신의 행위가 옳다는 '당돌'한 모습을 보이며 품격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겁니다. 일각에선 주요 지지층인 20대 남성 결집을 위한 계산된 발언이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쏟아진 '이준석 사퇴' 요구…이재명, 보란 듯 성평등가족부 '역공'
28일 정치권을 들쑤신 이준석 후보는 전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개최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만약 어떤 사람이 여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여성의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준석 후보의 질문 취지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들이 "여성 혐오 댓글을 작성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물음이었습니다. 권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이재명 후보는 "본인(이준석 후보)도 되돌아보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과거 이재명 후보 아들이 한 게시판에 댓글을 단 것으로 추정돼 논란이 됐었던 혐오적 표현을 이준석 후보가 직접 질의한 건데요. 단순한 논쟁이 아닌 '언어 성폭력'이라는 비판으로 확산했습니다. 관련해 정치권을 비롯해 각종 시민 단체 등이 성명을 내고 이준석 후보 고발까지 나섰습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후보의 발언을 규탄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준석 후보를 정보통신망법·공직선거법·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단체에 따르면 3만7728명의 시민이 고발인으로 참여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에서도 이준석 후보의 사퇴와 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준석의 정치는 끝났다.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저질을 어찌 국회에 두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진보당에선 이준석 후보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방침입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 국민을 상대로 특정 성별을 비하하고 모욕한 대국민 성폭력"이라며 "대선 후보는 물론 국회의원 자격조차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논란'이 불거진 직후 여성가족부 관련 공약을 발표했는데요. 폐지 위기에 놓인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는 이날 오후 SNS를 통해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확대·강화해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패한 '노림수'…사과로 '후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연일 문제제기를 하자 이준석 후보는 온종일 맞받아치기에 나섰습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날 여성의 신체에 엽기적인 위해를 가하겠다는 인터넷 게시글을 쓰는 사람을 권영국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각각 어떻게 판단하는지 공개된 자리에서 질의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문제된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계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전투표 이틀 전 이재명 후보를 공격함에 따라 '이재명 대 이준석'이라는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목적인 겁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선 이준석 후보의 주요 지지층은 '이대남(20대 남성)입니다. 이대남의 심리를 자극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셈법입니다.
이준석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 중입니다.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이준석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이대남을 통해 지지율 15%를 넘기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이런 장면은 이준석 후보의 정치적 한계를 드러낸 장면으로 분석됩니다. 특정 지지층을 택한 점이 오히려 세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격화되자 이준석 후보는 결국 자신의 발언에 관해 사과했습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산책 유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편할 국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준석 후보는 "제 입장에서 그런 언행이 만약 사실이라면 충분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역 유세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논란에 관해 재차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과를 했지만 충분히 검증한 부분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 후보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일부 불편하셨던 부분이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은 제가 심심한 사과하겠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공직 후보자 대한 그런 사안과 관점을 물어보는 건 정당한 질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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