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정부는 2022년 국제 간 이중과세의 해소를 이유로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지급받는 배당금의 95%를 익금불산입(비과세)하도록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이는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지급받는 배당금은 해외 자회사 소재국에서 이미 법인세가 과세된 소득이므로 그 배당금을 수령하는 국내 모회사에게 재차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은 국제 간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러나 국제 간 이중과세의 제거 방법은 ‘익금불산입’ 이외에 해외 자회사 소재국에서 납부한 세금을 국내에서 산출된 세금에서 차감해주는 ‘외국 납부세액 공제’도 있다.
한편 당시 이러한 세법 개정을 주도했던 추경호 기재부장관 등은 해외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 적용은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우리나라도 이를 시행한다면 국내 모회사의 이익이 증가해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먼저 해외 자회사로부터의 수입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 규정을 시행했던 EU와 일본 등의 연구에 따르면, 동 규정의 시행 이후 해외 자회사 소재국에서의 자본 지출과 고정자산 투자 또는 연구개발비 지출 및 국내 모회사의 배당수익율은 현저하게 증가하지만, 모회사의 소재지인 국내 투자에는 그다지 영향이 없는 반면 해외 자회사 소재국으로의 소득이전 성향은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Kevin S. Markle(2016), Peter Egger(2015), Matteo P. Arena(2011) 등).
우리나라에서는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 시행 이후 2년밖에 경과하지 않아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찾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미 2023년에 삼성전자(약 29조원), 현대자동차(약 3조5천억원) 등 대기업이 수십조원의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을 결산보고서에 계상했고 그 중 약 95%가 비과세되었으므로 적어도 수조원의 조세 감면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이러한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증가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한국은행 통계 등에서 미국과 EU 등으로의 해외 직접투자 또는 자본재 수출이 증가했음은 명확히 확인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의 시행 이후 자본과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산업 공동화 및 일자리와 세수 감소만 초래했을 뿐 대기업의 주주 이외에는 낙수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해외 자회사 유보이익의 국내 배당을 강제하기 위해 의무송환세(MRT)를 시행하면서 해외 자회사의 순소득 중 통상소득(해외 자회사 보유 감가상각자산의 10%)을 초과하는 금액의 50%를 무형자산소득으로 간주하여 모회사에게 과세하는 규정(GILTI)을 신설했으며, EU 또한 △과거 두 과세연도의 수입 금액 중 65% 이상이 수동소득(배당, 이자, 사용료 소득)인 경우, △관련 수입 금액의 55% 이상이 국제 거래에서 발생하거나 자산가치의 55% 이상이 다른 EU 회원국에 소재하는 경우, △주요 경영활동이 외부에서 제공되는 경우 등을 동시에 만족하는 때에는 강화된 조세회피 방지규정(ATAD 3)을 적용하는 등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법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시행된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의 폐해가 심각하다. 특히 CBAM과 CRAM 및 RE100 등을 빌미로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는 글로벌 동향을 고려하면 우리 기술과 자본의 해외 유출 및 그에 따른 산업 공동화와 세수 감소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 생산 촉진 세제의 마련에 앞서 그릇된 세법 규정을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6월3일 새로이 선출될 대통령과 새 정부의 전향적 세제 개편을 기대한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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