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정권교체' 가시화…바짝 엎드린 '관가'
조직 내 긴장감 고조…"어떻게 바뀔지 감도 안 온다"
2025-05-28 18:16:54 2025-05-28 18:16:54
[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찍히지 않게 조심해야죠."
 
'이재명 대통령 시나리오'를 놓고 세종 관가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내란 청산'의 칼끝이 공무원 집단으로 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데요. 특히 개편이 언급된 부처나 윤석열정부의 핵심 사업을 수행했던 곳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안갯속 조직개편…인사 불이익 우려도
 
2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 관가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기획재정부 분리 등 조직개편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기후에너지부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실과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 일부를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기후 위기가 경제·사회·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위기로 부상했지만,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컨트롤타워 부처는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 정책입니다. 그러나 환경부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기후'와 '에너지'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탄소배출 감축을, 산업부는 산업 진흥과 에너지 안보를 우선시하는데요. 실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는 과정에선 환경부가 낸 초안에 산업부가 반발하고 다시 조율하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환경부가 주도권 잃고 산업부 중심으로 정책이 흐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공무원은 이재명 후보의 재생에너지 공약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권 때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서 산지 난개발이 이뤄졌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 이 후보는 "전남·서남해·제주 일대를 해상풍력 메카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서남해 해역은 철새 이동경로와 겹칩니다. 해상풍력은 풍력기 기둥을 해저에 고정하고 그 위에 터빈과 블레이드를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블레이드 끝은 바다 위로 200미터 이상 높이 솟아있고, 구조물은 해저까지 뻗어 있어 하늘을 나는 철새나 바닷속 고래 등에겐 방해 요소입니다. 
 
민주당이 강한 재편 의지를 보이는 '기획재정부'도 입방아에 오릅니다. 부처 내부에서는 고질적인 과장급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 부처가 두 곳으로 분리될 경우 자리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권 초기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 같아 긴장 중"이라고 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이 후보의 부산 이전 공약에 따라 이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서울을 왕복해야 하는 탓에 실익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김대중정부 때 해수부 장관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익이 없다'며 백지화한 사안이라는 게 관가 안팎의 설명입니다.
 
이 후보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추진을 선언하면서, 담당 부서인 국토교통부 도로국 도로정책과엔 전운이 감돕니다. 앞서 경찰이 지난 16일 노선변경 특혜 의혹으로 압수수색 한 곳입니다. 한 관계자는 "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서 누군가는 책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정밀 분석 중간결과는 대선 이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두고서도 주무부처인 산업부엔 책임론이 제기될 걸로 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전 정부 사람으로 분류돼서 피해 볼 수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처럼 적폐로 몰릴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알박기 인사에…공기업도 '눈치'  
 
부처 산하기관인 공기업도 조심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전 이뤄지고 있는 공공기관 내 보은성 '알박기' 인사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윤석열 정권 핵심 인사들의 알박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전 부처 인사 동결을 지시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최근 한국농어촌공사 12대 신임 사장으로 김인중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임명했습니다. 김 사장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부터 농식품부 차관으로 재직하며 당시 농정라인 핵심 인물로 꼽힌 인물입니다. 
 
앞서 이 권한대행은 대행직에 오르자마자 정정훈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임 사장도 임명했습니다.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인 정 사장은 윤석열정부 2년간 90조원가량의 세수 결손 책임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으로 임명된 최춘식 전 국민의힘 의원, 지난 3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에 취임한 김삼화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도 대표적 알박기 인사로 꼽힙니다. 
 
한국마사회와 한국관광공사 자리엔 지난 2022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속해있던 출신 전직 관료·국회의원이 최종 후보로 올라 있습니다. 이 대행의 결정만 남은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공기업 내부에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기업 재직자는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있고 최근 복무 점검도 돌고 있다"며 "6월에 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에 회사 차원에서 관련 대응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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