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트럼프발 상호관세가 한순간 '무효'가 됐습니다. 미 연방법원이 "대통령에게 무제한 관세 권한은 없다"고 못박은 건데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중단하기 위한 절차를 1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하지만, 순순히 따르진 않을 거란 게 지배적 분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방법원이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그 결과를 두고 또 한번 전 세계가 요동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법원 "통상규제 권한 의회에…대통령 비상권한보다 우선"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부과한 건 정부 권한을 넘어서는 조치로,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부과를 위해 1977년 제정된 IEEPA를 적용했습니다. 이 법은 국가 안보·외교·경제와 관련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의회 승인 없이도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합니다.
관세 부과는 일반적으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적자'가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 무역 적자가 법률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만성 문제'라는 결론입니다.
재판부는 미국 헌법이 외국과의 통상규제 권한을 미 의회에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권한보다 우선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설령 IEEPA가 '수입 규제'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10일 이내에 이 같은 법원 결정을 반영한 새 행정명령을 발표하라고 지시했고, 행정부는 법원 판결에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법 쿠데타는 통제 불능 상태"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모리스타운 시립 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돌발변수에도 '트럼프 속도전'…"한국에 실질적 압박은 감소"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지난달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파트너와 진행하고 있는 관세협상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몇 주 내 관세율 일방 통보"를 예고한 상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다만 한국엔 희소식도 있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당초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실제 부과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단 협상 지렛대"라며 "트럼프는 '법적(항소) 절차가 진행 중'이란 이유를 들며 순순히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어 "그러나 위법 판결이 나온 만큼, 아주 강조하기는 어렵다"며 "우리 입장에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25% 상호관세에 대한 위기감을 덜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관세정책은 '불법 이민' 못지않게 트럼프가 강조해 온 분야"라며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상호관세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 미국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 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위헌·불법 판결을 내렸지만, 행정부는 이러한 판결에 불복한 채 정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양 교수는 "우리는 미국 법원의 최종 판결 나올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며 "트럼프가 강력하게 나온다고 해서 받아준다면, 나중에 미국 법정에서 불법으로 결론 나더라도 우리는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그 조건을 따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드라이브'를 지속할 걸로 봤습니다. 이미 예고한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의 품목별 관세로 속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인데요. 다만 한국에 대한 실질적 압박 수위는 줄어들 걸로 봤습니다.
미·중 관세협상과 관련해선 "중국 측이 트럼프 1기 때 이행하지 않았던 1단계 무역합의를 시행하고, 미국산 물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합의를 이룰 걸로 본다"며 "미·중 완화 국면이 갈등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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