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대손충당금' 대신 '대손준비금'으로 순익 방어
충당금은 비용, 준비금은 자본으로 분류
2025-05-16 14:25:12 2025-05-16 17:14:32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대손충당금보다 대손준비금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순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준비금을 쌓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모습입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1분기 준비금을 1352억원 쌓았고, 이번 분기에도 2843억원을 추가로 적립할 예정입니다. 반면 충당금은 지난해 말 대비 779억원 축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005830)은 준비금을 700억원가량 모았지만 충당금은 121억원 줄였습니다. 현대해상은 준비금을 약 35억원으로 추가 설정했지만 충당금은 11억원 축소했습니다. 
 
KB손해보험도 충당금을 6억8000만원 추가로 적립했으나, 준비금은 199억원을 증액하면서 준비금 증가폭이 더 컸습니다. 중소형사 사정도 비슷한데요. 흥국화재(000540)는 충당금을 2억원 규모 더 늘렸지만 준비금을 253억원으로 더 크게 늘렸고, 한화손해보험(000370)은 준비금을 6500만원 줄였지만, 이번 분기엔 약 10억원을 적립할 계획입니다.
 
충당금은 보험사가 보유한 대출채권이나 투자자산이 부실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적립하는 금액을 말합니다. 보험업감독규정 제7-4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요주의'로 분류된 자산의 2%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합니다. 다만 보험사가 쌓은 충당금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이익잉여금에서 준비금을 마련해 부족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많이 쌓을수록 순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반면 준비금은 자본 항목으로 분류되어 아무리 많이 쌓아도 순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같은 목적으로 적립해도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셈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충당금과 준비금 성격은 유사하지만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히 다르다"며 "충당금은 많이 쌓을수록 보험사에 불리한 구조에 순이익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준비금은 자금의 단기 유동성을 줄이는 단점이 있지만, 보험사 자본 규모상 큰 타격은 없는 수준"이라며 "많이 쌓아도 회계상 부담되지 않는다"고 부연했습니다.
 
보험사들이 지난 분기 대손준비금을 크게 늘린 것은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대손준비금은 법인세 계산 시 '손금산입' 항목으로 인정돼 세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준비금을 많이 적립할수록 재무제표상 유리한 구조인 셈입니다.
 
준비금은 순이익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적립할 경우 기업의 부실 상태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준비금은 충당금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회계상으로는 다르게 처리되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부실채권 위험이 있는지 투명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충당금 대비 준비금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명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회사마다 정해진 기준이 있을 수 있어 혼란스럽게 할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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