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낮은
현대해상(001450)에 대한 정기검사 기간을 일주일가량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당초 이달 초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점검해야 할 자료가 많아 검사 종료 시점이 다소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현대해상 정기검사 일정 지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대해상에 대한 정기검사 기간을 일주일가량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전검사가 끝난 이후 중간에 흐름이 끊어지면서 예정보다 늦게 시작했다"며 "현장 검사관들과 일주일 정도 연장할지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중순부터 현대해상에 대한 사전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정기검사는 사전검사와 본검사로 나뉘며, 사전검사에서는 약 한 달간 회사 전반을 점검한 뒤 본검사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볼 항목을 정하게 됩니다. 당초 금감원은 사전검사 직후 본검사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5월 MG손해보험의 신규 영업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MG손보에 대한 현장검사에 우선 투입돼 현대해상 본검사 일정이 미뤄졌습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현대해상에 대한 본검사에 늦게 착수했고, 점검해야 할 자료와 수치가 방대해 검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이복현 전 금감원장의 퇴임 이후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조직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 겹쳐 검사 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금감원 내부에서는 일부 검사 인력이 인사 대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력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 경영 상황 전반에 대해 전부 보고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이라며 "자료가 방대한 만큼 검사가 일정대로 끝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통상 정기검사를 하다 보면 검사부터 결과 통보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 늘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금감원은 이달 정기검사를 마치고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4조에 따라 최대 180일 내에 검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입니다.
이번 정기검사에서는 현대해상의 자산운용 실태를 비롯해 상품 기획 및 판매 채널 관리, 내부통제 시스템, 자본건전성 등 전반적인 경영관리 실태를 폭넓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발달지연아동 실손의료보험 부지급 논란과 현대해상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인 '마이금융파트너'의 운영 실태도 함께 점검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이 2025년 보험감독 검사 방향에서 GA 관리·평가 체계, 불완전판매 방지 절차 및 내부통제,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삭감, 합의 유도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방침과 맞닿아 있습니다.
금감원이 현대해상 정기검사 일정에 대해 일주일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사진은 여의도 금감원 외경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기본자본 규제 예고에 현대해상 '긴장'
금감원이 현대해상을 대상으로 정기검사에 나선 것은 5년 만입니다. 특히 이번 검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 보험업계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자산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현대해상이 지난 2020년 정기검사를 받았을 당시에는 기존 회계기준인 IFRS4가 적용돼 자산건전성 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시행되면서 부채 평가 방식이 바뀌었고, 이에 현대해상의 자산건전성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검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IFRS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기업 회계의 국제적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국제 회계기준입니다. IFRS4는 보험사의 보험 부채를 평가할 때 각기 다른 회계 처리 방식을 허용해, 보험사 간 재무제표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3년부터 IFRS17이 도입됐으며, 보험 부채를 시가 기반으로 평가하도록 해 보험업계 재무제표에 일관성을 부여했습니다. IFRS17 도입 초기에는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무·저해지보험 가이드라인, 할인율 현실화 등 규제로 많은 보험사들이 자본건전성 악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대해상의 킥스는 지난 1분기 기준 159.4%로 지난해 말(157%)보다 2.4%p 상승했습니다. 당국이 지난달 권고치를 150%에서 130%로 낮추면서 숨통은 트였지만, 기본자본 기준 킥스는 참담합니다. 대형 손해보험사 중 유일하게 50%에 미달한 46.7%로, 지난해 말(57.5%) 대비 10.8%p 급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000810)는 158.6%, 메리츠화재는 83.2%, KB손해보험은 77.8%,
DB손해보험(005830)은 74.4%로 집계됐습니다. 현대해상은 약 8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킥스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자기자본이 약 7000억원 감소하면서 기본자본 킥스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기본자본 킥스에 대한 규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자기자본 관리 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기본자본 킥스 규제 기준은 50~70%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해상은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기본자본 킥스를 끌어올리는 조치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해상 건전성 부담이 커지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한신평 관계자는 "보완자본 의존도 상승과 지급여력비율 관리 부담을 감안할 때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면서 "이익누적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으로 자본성증권 의존도를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027년까지 할인율 현실화 방안이 진행되고 있어 금리 민감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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