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의 K-국방)트럼프는 중국 견제 위해 북한과 손잡길 원한다
신간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서평
미국이 '북한 가치' 재발견, 백악관 대북 대화 준비 본격화
김정은 "(중국한테서)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 필요하다" 깜짝 언급
김동기 저자 "한국은 북미 대화에 협력하고, 평화체제 만들 좋은 기회"
2025-05-07 12:00:00 2025-05-07 14:27:14
2019년 6월 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건너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환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다시 대화하기 위해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 매체 '액시오스'는 지난 4월27일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안드레아스 벵트손이 북미 대화에 대한 미국 기류를 가늠해보려고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실무진에게 구체적인 추진 의사를 밝혔으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관계자들이 이 지침에 따라 몇 차례 내부 회의를 열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신간이 나왔습니다. 지은이 김동기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인데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하고 한국IT벤처투자 미국지사장, 살리스파트너스 대표를 지냈습니다. 국제 금융과 정치, 경제 흐름을 연구하고 있으며 『지정학의 힘』 『달러의 힘』 같은 책을 냈죠. 대학교수가 아니니까 한국 풍토에서는 정통 학자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는데요. 거시적이며 역사적인 안목에서 한반도 현실을 통찰하기에는 이런 경력의 전문가가 나을 수 있죠. 이 책은 2025년 2월17일에 초판을 발행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궁금해합니다. 트럼프는 무슨 목적 때문에 김정은과 대화하고 싶어할까요? 노벨상을 받아보겠다는 욕심 때문일까요? 북한 원산 부근 갈마지구 부동산 개발을 포함한 경제적 수익을 기대할까요?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때릴까 봐 두려워할까요?
 
이 책을 보면 모두 아닙니다. 강대국만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미국은 당연히 유지하길 바라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트럼프가 이토록 열심히 북한에 손짓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미국은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최대 안보 위협은 중국입니다. 미국 국익을 위해 트럼프는 중국 견제를 열망하고, 여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북한과 손잡으려 한다고 이 책은 결론을 내립니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까지 포함한 한반도가 미국과 가까워지고, 중국과 거리를 두도록 만든다는 큰 그림을 트럼프가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성사된다면 미국으로서는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가 큰 동아시아 전략 구도인 거죠.
 
트럼프는 1기 집권 때인 2018년에 김정은과 세 차례 회담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미국 외교안보 엘리트와 언론, 의회는 이 행보를 별로 찬성하지 않았죠. 그런데 북한과 대화를 하다가, 미국이 전혀 몰랐던 단면을 발견했습니다. 2018년 3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나눈 대화 가운데 일부인데요.
 
폼페이오: 중국은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위원장님이 매우 행복해할 거라고 말합니다.
김정은: (책상을 치고 크게 웃으면서) 중국은 거짓말쟁이입니다. 중국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합니다.
 
깜짝 놀랄 발언이죠. 북한이 중국과 밀착하긴커녕 미국 힘을 빌려서라도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을 북한 지도부가 느끼고 있다는 거니까요.
 
이런 정보들을 접하면서 미국 전문가들이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북한과 중국 사이가 결코 우호적이지 않으며 되레 갈등이 심하다는 점을 포착했죠. 그렇다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북한을 활용해볼 만하겠다고 새로이 판단했습니다. '북한의 가치'를 재발견한 거죠.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북중 사이 갈등에 주목하면서 미국이 북한과 대타협을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2022년 1월에는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심의위원회라는 무게 있는 공식 기구가 역시 북한과의 대화와 타협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트럼프가 단순히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김정은한테 접근하는 게 아니고, 미국 전문가 집단의 인식 변화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설명합니다.
 
요즘 한국 보수 논객들은 미국이 갑자기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죠. 미국이 핵무기를 용인하면서 북한과 타협하면,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거죠. 우크라이나처럼 미국한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 책 지은이는 생각이 다릅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데 한국이 미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죠. 한국은 북미 대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되, 대화의 결과물로 남북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합니다. 북한 핵무기가 여전히 위험하다고요? 미국과 프랑스, 인도가 핵무기를 가졌지만,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죠. 그 이유는 그 나라와 우리가 정치적으로 친선 관계라서인데요.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개선한다면 마찬가지로 북한 핵 위협도 줄일 수 있다고 지은이는 설명합니다.
 
북한이 핵 무장을 했으니 우리도 핵 무장을 해야 안전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단순 논리에만 빠지지 말고 지은이가 제안하는 대안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신간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사진=예스24 갈무리)
 
이 책은 1장에서 닉슨 정부 이래 미국과 중국 관계 역사, 2장에서 한국전쟁 이래 북한과 중국 관계사, 3장에서 북한과 미국 접촉 역사를 소개합니다.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읽을거리입니다. 4장은 한국의 외교안보 과제를 다뤘습니다.
 
이 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대목도 있는데요.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핵무기가 너무 많다, 위험하다,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하면서 세계적 차원에서 핵 군축 다자 협상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 파키스탄, 이란, 북한 같은 작은 핵국가도 테이블에 함께 초대하자고 말했죠. 트럼프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이런 생각을 제안했고 푸틴은 동의했습니다.(3월18일 백악관 발표)
 
이 흐름을 보면 미국이 북한을 중국 견제에 써먹자는 것은 맞지만, 세계 차원의 구상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은 지은이가 이 책 원고를 탈고한 뒤에 진행됐습니다. 책 개정판을 낼 때 변화된 상황을 함께 분석해주면 더 좋을 듯합니다. 
 
■필자 소개/박창식/언론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말하기와 글쓰기, 언론 홍보와 위기관리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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