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차출론을 둘러싸고 여야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의 출마설로 대선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4강에 오른 후보들보다 한 권한대행의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한 권한대행을 두고 민주당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자칫 '몸값'을 키워줄 수 있다는 지적에 탄핵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커지는 한덕수 대망론…국힘 후보는 '지리멸렬'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1차 경선 결과 찬탄파(탄핵 찬성) 안철수·한동훈, 탄반파(탄핵 반대) 김문수·홍준표 예비후보가 2차 경선(가나다순)에 진출했습니다. 국민의힘 경선 흥행은 저조한 편으로 평가되는데요. 후보 선출이 임박한 시점임에도 한 권한대행 출마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경선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겁니다.
한 권한대행은 여전히 대선 출마에 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노 코멘트"라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한 게 전부입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도 방문했는데요. 출마를 묻는 질문에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이미 정치인의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인 서울의 대형 교회를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됩니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한 권한대행의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로 부상해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지지율을 보이자 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지난 23일 공표된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결과(지난 19~21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무선 RDD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 방식) 한 권한대행은 28.7%의 지지율을 기록, 국민의힘 2차 경선에 오른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보수진영에서 제기되는 '한덕수 대망론'에 힘이 실린 모습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도 한 권한대행은 24.3%를 기록하며 범보수 후보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한 권한대행이 유일하게 20%의 벽을 넘으며 김 후보(19.5%)·홍 후보(17.9%)·한 후보(15.7%)보다 높은 경쟁력을 재확인했습니다. 세 인물은 3강으로 분류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다음 달 3일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가 결정된 이후입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후보 측에서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에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한 권한대행과 '원팀'을 꾸리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내 3강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 한 후보, 홍 후보가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며 원팀 결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제주혁신성장센터에서 열린 입주기업 간담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대선 출마 길 터줄라"…깊어지는 민주 고심
민주당도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한 권한대행의 '몸값'이 높아지자 골머리를 앓는 모습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 소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과 국회가 결단해 대통령 권한대행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즉각 추진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망상을 버려야 한다"며 "대선에 출마할 자격도, 능력도, 깜냥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본회의에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칠지 논의했지만 현재도 결론 내리지 못했습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한·미 관세협상 추진을 '월권'으로 규정하는 탄핵소추안을 마련했지만 추진하지 못한 겁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탄핵 추진은 결국 한 권한대행의 몸값을 높여주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탄핵 추진 자체가 한 권한대행의 출마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 권한대행이 자진사퇴할 명분도 생깁니다. 아울러 연속된 탄핵으로 야당에 탄압 받아온 국무위원이라는 서사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에 탄핵을 요구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탄핵 사유가 없음에도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을) 하겠다면 하길 바란다"며 "겁박에 그치지 말고 (탄핵을) 실행하라"고 밝혔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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