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의 대학 길들이기는 21세기형 매카시즘
2025-04-24 06:00:00 2025-04-24 06:00:00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은 지금 미국을 붕괴시키기로 작정한 것 같다. 전 세계 우방국에게 관세 폭탄을 안김으로써 모든 국가를 적으로 돌리고 있고, 미국 시민들의 이익을 위한다고 하면서 결국 미국 시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미등록 외국인들을 행정명령으로 추방하여 이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미국 영세기업의 문을 닫게 만든다. 미국을 무너뜨리는 또 하나의 정책이 바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반대 시위를 막지 않은(반유대주의?) 하버드 콜롬비아 브라운 코넬 등 명문 사립대학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중단하거나 동결하는 조치다.
 
천박한 상업주의 정신과 자신에게 도전하는 세력을 용납하지 못하는 전체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트럼프는 취임 직후 교육부를 없애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주지 못하는 고등교육이나 학문에 돈을 지출하는 것은 낭비라 생각한다. 트럼프는 비자 만료된 외국인 학생을 추방하도록 했고, 교수들의 연구비를 삭감했다. 유대인 자본가와 기부자들을 등에 업고 반 이스라엘 데모에 가담한 학생을 징계하기를 거부하거나, 그런 내용을 가르치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끊으면 모든 대학이 정부의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버드의 가버(Garber) 총장은 이것은 대학의 독립성과 헌법적 자유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가르치는 내용, 고용 정책이나 학생 징계 상황, 그리고 연구와 교육에 대해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정면으로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했다. 지금 트럼프의 대학 때리기는 고등교육에 대한 통제를 통해 비판적 학문이 교육, 지식인 양성 등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파시즘 통치의 교과서와 같은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 시기, 거슬러 올라가면 매카시즘 하에서 반정부 좌파 성향의 교수나 학생들을 대학에서 추방한 조치의 후속편이다. 하버드와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의 학문 활동과 교육 내용을 통제할 수 있으면 미국 사회 전체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대학을 비롯한 모든 교육기관에서 미국과 세계에 만연한 불평등과 폭력, 미국의 어두운 과거를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교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신파시즘, 신매카시즘적 대학 통제 시도는 그동안 우리가 성취해온 문명사회의 모든 표준, 즉 학문 사상, 교육의 독립성과 자유, 대학 운영의 민주성, 다양성과 소수자 배려, 인권 존중 등 모든 가치를 원점으로 돌리는 극히 반문명적인 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최고 부자대학인 하버드는 정부의 지원 중단에 맞설 힘이 있지만, 정부의 지원과 기부자의 후원에 의존하는 다른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즉 미국의 대학과 학문, 교육이 트럼프식의 전체주의에 굴복하게 되면, 푸틴이나 네탄야후의 침략을 비판하거나 불평등 확대, 기후 위기, 약탈적 금융자본의 지배를 비판하는 정치가, 관료, 학자, 법조인, 교육자가 미국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고,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자기 나라 엘리트를 공급받는 전 세계 많은 나라의 학문과 교육은 더욱 우경화 획일화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한국 고등교육과 학문사회는 트럼프를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기 정부의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미래의 과학기술자 박사 연구원들이 거리로 쫓겨났으며, 고등교육 예산을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시장 수요가 없는 학과를 계속 폐쇄하고 있다. 물론 윤석열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처럼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학자들에게 정부의 연구비 지원금이 가는 것을 차단하거나 하는 조치는 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이명박정부 이후 교육부는 대학의 실적 평가에서 취업률을 주요 지표로 삼고, 영어 강의 능력자를 교수로 채용하도록 기준을 마련하거나 영어 논문 편수를 주요 실적으로 산정하도록 정책을 폈기 때문에, 트럼프식의 대학 통제를 하지 않아도 서울 상위권 대학에는 사회정의를 외치는 교수나 학생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고, 윤석열의 쿠데타에 대한 항의 발언이나 시위도 찾기 어렵다. 지금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강좌가 완전히 폐쇄되는 것을 항의하는 서명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는 마르크스 연구하는 사회과학자, 이스라엘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교수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한국은 국가가 이미 시장 논리의 대변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구태여 정부가 대학의 학문과 교육내용에 대해 통제하지 않아도 교수 구성이 이미 획일화되었다. 학문의 독자성과 비판성 부재라는 점에서 보면 한국의 대학 교육과 학문은 미국보다 훨씬 전체주의 논리가 지배한다. 
 
사실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아무리 미치광이처럼 관세를 올리고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도 미국은 우리에게 큰 은덕을 베푼 나라니까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자는 한덕수 권한대행과 같은 미국 현지 대리자를 길러낸 것도 하버드를 보유한 미국이 아닌가? 트럼프의 대학 때리기와 매카시즘적 고등교육 통제 시도는 이미 망가진 우리 대학과 학문이 어떻게 바로 서야 할 것인지 많은 질문과 논의 거리를 던져준다.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성공회대 명예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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