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2030 청년 세대가 사회적·경제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지표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일하는 청년이 줄고, 안정적 미래와 노후에 대한 설계는 꿈조차 꾸지 못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청년 세대의 위기는 곧 국가 미래의 위기입니다.토마토Pick이 청년 세대들이 겪고 있는 여러 분야의 위기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쉬었음' 청년 50만 시대
통계청은 지난 2월 15~29세 취업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50만40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월 44만3000명에서 10%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요. 이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선 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입니다. 또한 취업준비생은 43만, 실업자는 27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청년 백수가 120만명에 이르는 셈입니다. 앞서 한국은행 및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그냥 쉬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의 질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최근 건설업과 제조업 모두 내수 경기와 투자 위축으로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취업자는 증가(+1.0%)한 반면 36시간 이상 일하는 정규직 중심의 취업자는 감소(-2.2%)했습니다. 평균 취업시간도 37.8시간으로 줄어들어, 고용의 질이 현저히 나빠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도 '쉬었음' 청년이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연금개혁에 쌓이는 불만
지난 2일 여야의 오랜 진통 끝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공표됐습니다. 개정안의 골자는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33년까지 13%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향후 '받을 돈'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은 40%(2028년 기준·올해는 41.5%)에서 내년부터 43%로 올리는 것인데요. 다만 청년층에서는 '기성세대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리느라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됐다'는 취지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으로 낸 돈과 받은 돈을 토대로 환산한 기대수익률은 1962년생 기준 연 7.72%에 이르는데요. 문제는 1970년생 6.38%, 1982년생 5.98%, 1992년생 5.83% 등 어린 청년 세대로 갈수록 기대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에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고생은 우리가 다 하고 돈은 윗세대가 가져갈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죠. 한편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60% 안팎이 연금개혁에 반대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청년 75%'
지난달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특별법에 따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수가 2만737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령별로는 30대 피해자 수가 1만3350명(48.9%)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0대는 7092명(25.9%)으로 2030 피해자 비율에 전체 75%에 이르렀는데요. 40대는 3873명, 50대 1881명, 60대 이상 117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박 의원은 “특별법의 유효 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간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더 많은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심리적 코너에 몰린 2030
금전적인 문제 뿐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도 2030 청년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한경닷컴에 제공한 'SOS생명의전화 위기 상담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20·30대가 전체 위기 상담 1173건 중 70.8%(831건)를 차지했습니다. 상담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우울증(14.7%)이었는데요. 이어 △무력감(8.3%) △삶의 목적 상실(6.9%) △고독·외로움(6.8%) 순이었습니다. 양용준 오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청년층을 직격하며,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2030세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어 이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자살 예방을 위한 핫라인과 상담 시스템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정신과 상담 연계 및 중증 환자를 위한 약물치료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달픈 '가족돌봄청년'
뿐만 아니라 가족돌봄청년의 2030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는데요. 가족돌봄청년이란 중증 질환이나 치매, 알코올중독 등이 있어 스스로 생활하기가 어려운 조부모, 부모, 형제자매들을 돌보는 13~34세 청년을 말합니다. 보고서는 2020년 기준 가족돌봄청년의 숫자를 15만3044명으로 추산했는데요. 이중 25~34세가 55%(8만4347명)로 가장 많았습니다. 19~24세(28.9%·4만4244명), 13~18세(16%·2만4453명)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취업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5~34세 돌봄청년의 ‘미취업자 비율’은 29.3%로, 같은 나이대 청년(25%)보다 4.3%포인트 높았습니다. 가족을 돌봐야하는 부담 때문에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는데요.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이들이 현재 청년이지만 10년 넘게 가족돌봄청년으로 활동한 게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며 "십수년이 지나도록 돌봄청년으로 살고 있다면 국가 개입이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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