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 기자] 6·3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현행 금융감독 체계를 손보는 것은 2008년 이후 17년여 만입니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산업 진흥을 증진하는 정책(액셀)과 함께 감독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브레이크)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감독 업무를 집행하는 금감원의 독립성이 떨어지고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선을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금융위 해체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금융당국을 비롯한 경제부처 감독 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 개편과 금융위 해체를 연동한 정부 조직 개편을 검토 중입니다.
금융당국 수장 엇박자 반복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금융위 한 곳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가지면서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액셀'과 '브레이크'를 분리하려는 시도입니다.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장의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된 이후 두 기관의 갈등은 반복됐습니다.
최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서도 금융위와 금감원 두 수장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상법 개정안 시행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은 대출금리 개입 등 가계대출 관리를 두고서도 엇박자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가 급증하던 시기 이 원장은 가계대출 급증을 막으려면 은행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은행권은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습니다.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김 위원장은 "정부가 일률적인 기준을 정할 경우 오히려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며 수습에 나서야 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도 정통 관료 출신인 금융위원장과 비관료 출신의 금감원장의 갈등은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를 시작으로 예산 문제, 종합검사, 공공기관 지정, 제3인터넷전문은행, 특별사법경찰, 키코(KIKO) 사태 등 주요 이슈를 놓고 마찰을 빚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종 사안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을 빚으면 주인 없는 금융사 입장에선 양쪽의 눈치를 다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2대 국회서 해체론 다시 불붙어
두 기간 수장의 갈등, 금융정책 엇박자 등이 반복되면서 여야를 불문하고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윤석열정부 초기에도 국민의힘 차원에서는 전 정권의 사모펀드 사태를 거론하며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야권도 금융위 해체에 힘을 실었습니다. 야권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사 건전성만 강조한 나머지 실질적 피해자 보호에 실패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금융위원회 설치법 전부개정안'과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에는 금융산업 정책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전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감위 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도록 해 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꾀하고,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도 별도 설치해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입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의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기재부를 '기획예산처(가칭)'와 '재정경제부(가칭)'로 분리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현재 기재부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명칭을 변경해 나머지 업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금융당국 개편안과 연계될 경우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게 되는 것입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역대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들고 나오는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주장은 역대 대선 때마다 등장한 단골 공약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금융정책,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공약을 발표했었습니다. 금융위는 감독 기능만 남기고, 금감원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었습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대선 공약으로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 개편이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간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기재부 개혁'에 힘이 실리면서 이번에는 금융위 해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 조직 개편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고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이라며 "차기 정부가 안정보다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도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위한 법안 발의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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