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꿈꾼 디지털화폐, 간편결제보다 불편한데?
"예금 기반 결제 옵션 한개 더 생긴 정도"
2025-04-02 15:07:01 2025-04-03 09:10:51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화폐(CBDC)가 네이버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보다 오히려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금을 예금 토큰으로 바꾸고 이를 다시 QR로 결제하는 방식인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더 소모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프로젝트 한강' 10만명 테스트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4월부터 6월 말까지 1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 실사용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테스트는 한은 주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 은행연합회가 헙력하는 사업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BNK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참여합니다.
 
한은이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은행들이 이를 기반으로 지급결제 수단으로 예금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예금 토큰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상에서 다룰 수 있도록 디지털 형태의 자산으로 전환한 것으로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닙니다. 예금자보호제도가 적용되며 예금 토큰과 현금 간 전환도 가능합니다.
 
디지털화폐 이용 첫 단계는 바로 전자지갑 개설입니다. 전자지갑 개설은 각 은행 모바일 어플에서 가능합니다. 신분증 촬영과 은행 계좌 확인, 본인 확인, 계자 연결, 비밀번호 설정 등 절차를 거치면 전자지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본인 명의의 은행 예금 계좌에서 현금을 '예금 토큰'으로 전환해 지정된 사용처인 카페나 마트, 홈쇼핑 등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금 토큰 보유 한도는 총 100만원으로 테스트 기간 내 총 전환 환도는 500만원입니다.
 
사용처는 교보문고와 세븐일레븐 전 지점, 부산과 인천의 이디야커피 매장 100여곳, 농협하나로마트 점포 6곳 등입니다. 온라인에선 현대홈쇼핑 모바일과 K팝 굿즈 모드하우스 PC웹,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도 이벤트 등을 진행해 혜택을 늘리며 사전 참여자를 모집해 1일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스타뱅킹을 통해 예금 토큰으로 결제한 고객에게 3000포인트를 제공하고 세븐일레븐 결제 시 10% 할인해줍니다. 신한은행은 신한 SOL뱅크 예금 토큰 전자지갑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1만명에게 '마이신한포인트' 3000포인트를 주고, 매주 3명에게 추첨을 통해 땡겨요 30만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를 통해 예금 토큰 전자지갑을 개설하면 인기 해외 여행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eSIM' 쿠폰을 주고, 추첨을 통해 커피 쿠폰도 증정할 예정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기관형 디지털화폐 오프라인 사용 방법. (사진=한국은행)
 
결제 과정 복잡... "편의성 떨어져"
 
하지만 예금 토큰 결제는 기존의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어플을 통해 QR코드로 결제를 하는 방식과 큰 차별성이 없습니다. 게다가 애플페이나 삼성페이의 경우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를 통해 카드결제 단말기에 핸드폰만 갖다 대면 결제가 가능합니다. 한은이 제시한 디지털화폐 예금 토큰 결제 방식과 비교하면 과정이 훨씬 간단합니다.
 
예금 토큰 결제 서비스 도입의 주된 목적은 결제 편의성 제고지만, 이런 장점은 시장에 이미 진출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이전부터 구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디지털화폐는 간편결제보다 오히려 이용 과정이 복잡합니다. 예금 토큰 결제를 준비하기 위해 은행 어플을 구동시켜야 하고 이후 전자지갑 페이지에 접속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QR코드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리한 결제를 위해 불편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김영식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한은 중심으로 시작한 기관용 디지털화폐는 사실상 이전부터 존재했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블록체인 상에서 은행들 간 결제서비스 변화 등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직불카드를 쓰든지 아니면 다른 간편결제와 연계해서 사용하든지 했었는데 여기에 예금 토큰이란 옵션을 추가하게 된 것”이라며 "예금을 기반으로 한 자금 거래 수단이 하나 더 생긴 거고 그 이상은 아니다"고 부연했습니다.
 
윤재호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타 페이 어플 등에 비해 혜택 등이 부족하다 보면 경쟁력이 있을까 우려스럽다"며 "기존에 스마트폰을 활용해 QR결제를 하는 것과는 차별성이 좀 부족한 것 같다. 민간에 비해 경쟁성을 확보하려면 지금보다는 편의성도 더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테스트를 통해 지적 사항을 개선하고 다양한 서비스도 내놓는다는 계획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 사항에 반영하고 시스템을 정비한 뒤 후속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후속 테스트에선 개인 간 송금, 디지털 바우처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건물 전경.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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