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여전한 위기)1분기 호실적…2분기엔 트럼프발 관세 '먹구름'
예상 뒤엎은 삼성전자, 영업익 6.6조 기록
갤럭시 S25 판매·반도체 수요 증가 효과
예정된 반도체 관세에 수익성 저하 예상
상호 관세 해외 스마트폰 생산지도 타격
2025-04-09 17:41:08 2025-04-09 17:41:08
[뉴스토마토 이승재·박혜정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이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실적을 냈습니다.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5’ 판매 호조와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 증가로 견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분석입니다.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에 바닥을 찍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의 힘을 받아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예상을 뒤엎고 선방해 낸 것입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에, 해외 스마트폰 주요 생산 거점의 높은 관세율까지 삼성전자의 앞길에 먹구름이 껴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9일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주류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1.951달러(약 2850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달 대비 13.3% 급등한 수치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터에 주로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제품 DDR5의 현물 가격도 지난 2월부터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리점과 소비자가 거래하는 D램의 현물 가격은 시장 심리를 즉각 반영한다는 점에서 반도체의 선행 지표로로 꼽힙니다. 앞서 D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초부터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본격적인 반등 시기가 도래했다는 전망입니다. 
 
D램 현물 가격이 오른 원인은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구환신은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노후된 소비재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입니다.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을 새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 이 제품들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시행을 앞두고 소위 사재기 방식의 메모리 반도체 출하가 급증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문이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지난 2월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가 역대 갤럭시 시리즈 가운데, 최단 기간 만에 국내 100만대가 팔리며 판매 호조세를 보였습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1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로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미만일 것이란 증권사 추정치를 넘어 잠정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잠정 매출액도 79조원으로 전년대비 9.84% 상승했습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5조원을 하회할 것이라고 우려되었던 것보다 양호한 이유는 DRAM 출하량의 선방과 MX 사업부의 플래그십 모델 효과 때문”이라며 “MX 부문은 갤럭시 S25 효과 및 효율적인 원가 운영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시현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2분기부터 이같은 1분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를 가격과 수요가 회복된 메모리 반도체가 전달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전망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예고했던 국가별 상호관세를 이날부터 전면 시행했습니다. 한국은 25% 관세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반도체는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로 조만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짚은 품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에 관세가 적용되면 삼성전자의 DS 사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버용 ‘DDR5’와 ‘eSSD’ 등 수익성이 높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거래처가 대거 미국에 포진돼 있어서입니다. 삼성전자가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중국에 쫒기며 미국의 관세 정책에 첨단 반도체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입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향후 관세가 어떻게 조정될지 지켜봐야겠다”면서도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자·유통업자·소비자가 나눠 부담하게 되는 만큼 삼성전자에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실적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MX 사업부도 관세 여파를 받습니다.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 중 40~50%는 베트남, 20~30%는 인도에서 생산됩니다. 스마트폰을 절반이 넘게 생산중인 베트남과 인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 관세가 각각 46%, 26%이기 때문입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을 가정한다면 스마트폰 분야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9%에서 올해 3%로 줄어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생산 거점 중 관세율이 10% 수준으로 낮게 책정된 브라질 공장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할 생각이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자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라 향후 어떤 압력이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기존 미국 정부가 약속했던 반도체 보조금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 대미투자 압박이 지속될 경우 난처한 입장이 계속됩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다음달 중 ‘갤럭시S25 엣지’와 하반기 폴더블폰 ‘갤럭시Z폴립7·폴드7’등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재편된 관세 영향이 있어 판매 둔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제품 출시 효과가 있겠지만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상승을 상쇄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같은 스마트폰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 같은 경우에는 85% 이상을 중국(관세율 104%)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반사이익은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은 구글 생태계 안에 있어 대체재가 많지만 애플의 OS 생태계는 대체재가 없어 가격에 탄력성이 낮다”고 했습니다.
 
이승재·박혜정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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