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미중 무역 갈등…반도체·배터리 '경고등'
중 ‘희토류’ 수출 제한…업계 '먹구름'
재고 확보했지만 갈등 장기화 피해
K배터리 세계 점유율 17%로 5.5%↓
2025-04-09 15:08:04 2025-04-09 18:25:46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로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나서면서 산업계에 또 다른 암운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양극재 생산에 필수 재료인데, 중국이 사실상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국내 산업계는 재고 확보 및 공급망 다변화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 확산 및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2017년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과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9일 외신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전세계를 대상으로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지난 4일 단행했습니다. 이번에 중국이 수출 통제에 들어가는 희토류 7종은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입니다. 수출 통제는 직접적인 수출 금지가 아닌 희토류에 대해 수출 허가 여부절차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희토류는 희귀한 흙이란 의미로 하나의 광물이 아닌 17개 화학 원소를 지칭합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그리고 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 분야와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자원으로 중국의 의존도가 높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1위 생산국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국내 수요 희토류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그 영향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23년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 바 있는데, 다행히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수출은 승인하면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국내 수급 동향 점검에 나섰습니다산업부에 따르면 전기차용 영구자석 첨가제로 주료 사용되는 디스프로슘과 형광체합금 첨가제 등에 사용되는 이트륨 등은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그외의 희토류는 영향이 제한적이거나다른 수급처·물질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수출 막을 수 있는 장치"
 
반도체와 배터리 업계는 이번 수출 제한 조치 품목이 필수 원자재가 아니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일 중국이 국내 산업이 필수로 하는 희토류에도 수출 통제 조치를 확대 시행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수출 제한에 건 품목이 메모리 쪽에 사용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원자재도 공급망 다변화가 돼 있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중 무역갈등이 확산하거나 장기화가 되면 일부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소재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했을 때도 반도체 라인은 멈춘 적이 없다핵심 소재에 대한 재고를 확보한 상태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 하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배터리 (사진=연합뉴스)
 
배터리 업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여기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는 또 다른 경영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더해집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했던 흑연의 경우에도 수출이 금지되거나 하는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언제든 수출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또 다른 위험 요소가 생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9(현지시각) 발효돼 시행에 들어간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도 반도체와 배터리 업계가 당면한 위기입니다. 특히 반도체 제조 장비와 원재료 등의 가격 상승 우려가 높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 비용 증가 등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경우 미국 기업이 대다수로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한 현재 관세 협상이 각 나라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영향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했습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K-배터리 세계 점유율 하락
 
배터리의 경우에도 트럼프 관세 부과 영향에 따른 우려가 커지는 모습입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현지에 대규모 배터리 셀 생산 라인을 보유한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제조원가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배터리 핵심 4대 소재 중 전해액을 제외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은 미국 내 생산 설비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으로 25% 관세 부과시 생산원가가 약 17% 상승할 것으로 정 연구원은 추정했습니다.
 
배터리 가격 상승분은 납품가로 이전되게 됩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서 배터리 가격이 올라가면 고객사한테 넘기는 제품의 판매가에 그 상승분을 반영한다배터리 가격 상승 여파는 완성차로 이어질 거고 그렇게 되면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거나 시장 활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구나 국내 배터리 업체는 중국의 거센 추격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위태로운 형국입니다. 베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LG에너지솔루션, SK,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의 시장 점유율은 17.7%로 전년 대비 5.5%P 감소했습니다. 반면 CATLBYD(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은 폭발적인 성장으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SNE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공급망 전반에 긴장감이 유발되고 있다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원자재 공급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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