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미중 환율전쟁 2R…기업들 '새우등 터질라'
미중 무역갈등, 환율전쟁 비화 조짐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 만지작
위안화 평가절하…"핵폭탄급 영향력"
업계 환율 급등 불확실성 가중 우려
2025-04-08 17:27:32 2025-04-09 08:35:34
[뉴스토마토 배덕훈·박혜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휘두른 관세 폭풍이 미·중 무역갈등으로 번지며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보복과 맞불 관세 공방이 치킨게임양상으로 이뤄지면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던 상황이 재현되면서 전세계가 관세에 이어 2차 환율 전쟁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 보다 5.4월 오른 1473.2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주간 거래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313(1483.5)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관세 전쟁 격화 우려에 따른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진 까닭입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추가 관세 위협 등 글로벌 무역전쟁 확전 조짐이 달러 강세를 자극한 가운데 증시 조정 등 위험 회피 분위기가 이어지며 원화 자산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환율 불안정성은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은 관세 부과보복 관세맞불 관세 순서로 걷잡을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물론 도발은 미국이 먼저 감행했습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국을 상대로 매기겠다고 발표한 추가 관세만 104%에 달합니다.
 
트럼프 1기때 확인했듯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기조가 유지된다면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카드를 쓸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심화하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위안화 가치를 공격적으로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의 관세 인상분을 희석하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2017년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과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1기 당시에도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한 바 있다보복 관세 추이에 따라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짚었습니다.
 
앞서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 정부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시행하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본격적인 환율 전쟁의 서막을 알린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한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됐고 원화 가치 변동성도 확대됐습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위안하 평가절하로 대응하는 것은 핵폭탄급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분노를 촉발해 더 큰 관세 보복을 부추길 수 있으며 동시에 한국 같은 주변 제조업 국가 경제에 가늠하기 어려운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위안화 평가절하시 한국은 중국에 비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수출이 감소하고 성장률이 둔화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위안화가 평가절하하는 만큼 원화도 평가절하하면 수출에는 큰 문제 없겠지만 수입 물가가 올라가게 돼 인플레이션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평택항에 쌓여있는 수출용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세 폭풍 대응에 시름하던 산업계는 미·중 환율전쟁 확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중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직 환율전쟁이 본격화하지 않은 만큼 영향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현재의 환율 급등 등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면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이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높습니다원론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영향을 낳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물가가 오르고 주식시장 하락이 불가피합니다. 주요 수출 기업들은 현지화등을 통한 환율 대비책을 갖추고 있는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환율 급등과 미·중 무역전쟁 확전 등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이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와 환율 등 여러가지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기업 환경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기업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불확실성인데 이를 해소하기가 쉽지는 않고 환율 등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벌어들인 외화로 원재료를 구입하는 내추럴 헷지’(Natural Hedge)를 통해 환율 변동성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면서 다만 미중 환율 전쟁에 대한 수출 영향을 지금 당장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큰 불확실성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최근 환율 자체가 수출에 미치는 상관관계가 예전만큼 강하게 나타나지 않아서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명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도 환율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급등을 하는 상황은 원자재를 수입해 오는 기업 등 수출 채산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박혜정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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