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일영, '수해 복구' 했다더니 자기 밭 정비…보좌진 동원 의혹도
SNS엔 '수해 복구'라고 했지만 실제론 본인 농지 정비
당 지도부는 예산 수해 현장으로…정일영은 자기 밭에
강선우 갑질 논란 와중에 터진 논란..."윤리의식 도마에"
정일영 "당진도 피해…오해 소지 있었다"며 게시물 삭제
2025-07-25 12:30:32 2025-07-25 15:07:16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21일 페이스북에 충남 당진을 찾아 수해 복구 활동을 한 사진을 올렸는데, 실제로는 개인 농지였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당시는 박찬대·정청래 의원 등 당대표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충남 예산 등 수해 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던 날입니다. 정 의원은 자기 밭을 정비하고선 수해 복구를 했다고 밝힌 겁니다. 더구나 정 의원은 이 과정에서 자기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갑질 의혹'으로 낙마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 의원도 논란이 커질 전망입니다. 
 
"수해 복구 왔다"던 정일영…알고 보니 '자기 밭' 정비
 
정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진을 찾아 수해 복구 활동을 했다는 글과 사진 6장 등을 올렸습니다. 해당 게시물엔 "오전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급하게 수해 현장에 와 있다. 고향이 충남 당진이다. 당진 읍내는 피해가 컸는데 제가 살던 동네는 그래도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다"며 "수로 막힌 것을 뚫어주고 풀을 잘라주고, 또다시 비가 많이 내리더라도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사진엔 그가 삽과 예초기를 들고 농지를 정비하는 모습, 땀을 흘리는 모습 등이 찍혀 있었습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남 당진 수해 현장을 찾아 복구 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본인 소유의 농지를 찾아 정비를 했던 걸로 확인됐다. 논란이 되자 정 의원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서 게시물을 삭제했다. (사진=정일영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확인 결과, 정 의원이 복구 활동을 펼쳤다고 밝힌 장소는 충남 당진시 석문면 일대에 위치한 정 의원 본인 명의의 농지였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3월27일 기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 공개 자료를 보면, 정 의원은 해당 지역에 총 11필지, 약 4000㎡가 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현장 사진 역시 본인 농지였으며, 사진에 등장하는 집은 과거 정 의원의 할머니가 거주했던 곳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혼자 당진서 일한 적 없다"…보좌진 '동원 주장' 나와
 
정 의원이 당시 자기 밭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의원실 사람들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정 의원은 당진에 있는 본인 농지를 정비할 때 전·현직 보좌진을 데리고 가는 일이 잦았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정 의원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은 당진을 갈 때 의원실에서 사람들을 함께 데리고 간 사례가 많았다. 이번에도 일부 인력을 대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혼자 일을 한 적이 거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정 의원이 수해 복구라고 지칭한 '자기 밭 정비'를 했던 날은 민주당 지도부와 당대표 경선 후보 등 소속 의원 50명이 일제히 충남 예산을 찾아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벌인 날입니다. 지난 21일 민주당의 김병기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 박찬대·정청래 당대표 후보, 어기구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문진석 충남도당위원장 등 50명은 예산군 신암면을 찾아 비닐하우스 철거 작업 등을 했습니다. 정 의원은 예산이 아닌 본인의 고향이자 농지가 있는 당진으로 발길을 돌린 그날, 예산으로 간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민생과 현장 중심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3월27일 기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충남 당진시 석문면 일대에 총 11필지, 약 4000㎡가 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사진=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 자료)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갑질 의혹 끝에 낙마, 공직자의 책임성과 윤리 기준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개인 농지 정비를 수해 복구 활동처럼 표현하고 보좌진을 대동했다는 의혹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충남 예산의 상황이 워낙 심각해 당 차원에서도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시점이었다"며 "동선 자체보다 그 메시지의 진정성이 주목받는 국면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2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일영 "당진도 비 피해…보좌진 동원은 어불성설"
 
한편, <뉴스토마토>는 정일영 의원에게 21일 의원들이 모두 달려간 충남 예산 대신 당진을 찾은 이유, 자기 밭을 정비하고선 수해 복구처럼 표현한 이유,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의혹 등에 관한 반론과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당 지도부가 다 예산으로 향하는데 나까지 갈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당진도 피해가 심각해 재난지역으로 건의되지 않았느냐"면서 "연락을 받고 (당진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피해가 심각하지는 않았고, 내 밭만 정비한 건 아니고 아랫집 아는 할머님 밭도 정리해드리고 물이 넘친 도랑도 정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보좌진을 데려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수행비서 정도 대동하고 갔고, 모든 일은 나 혼자 했다"며 "페이스북에 수해 복구 활동을 한 것처럼 올린 건 오해를 살 만한 일인 것 같다. 삭제하겠다"고 했습니다. 
 
정 의원은 이후 다시 입장을 보내 "21일에 나도 지도부와 예산을 가려고 했는데, 급하게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소집됐다. 그 시간이 오전 11시였는데 11시20분부터 회의하고 끝나니 점심시간이라서 점심을 먹고 잠깐 당진에 내려갔던 것"이라며 "매번 수해 때 물이 넘쳤던 도랑을 중심으로 정비했다. 거기는 내 땅이 아니다. 주변에 할머님들밖에 안 계셔서 매번 도와드린다"고 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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