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고립' 전략에도…최후 승자는 '시진핑'
미·중 관세전쟁 '장기화' 수순…"미국 우위 유효기간 90일"
2025-04-08 16:53:32 2025-04-08 19:29:4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중국 고립'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는 전략과 달리 무역전쟁의 수혜자는 되레 중국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양보없는 '치킨게임'…대중 관세 100% 넘길 수도
 
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은 이미 기록적 수준의 관세와 비화폐적 관세, 불법적인 기업보조금, 장기적인 대규모 통화조작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34%의 보복관세를 미국에 부과했다"며 "내가 경고한 대로 만약 어떤 나라가 미국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해 장기적인 관세 남용을 넘어서는 보복을 한다면, 그 나라에 대해서는 기존 관세보다 더 높은 관세가 즉시 부과될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34%의 보복관세를 8일까지 철회하지 않는다면 9일부터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모든 회담 요청도 종료된다"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중국에는 현재 54%의 상호관세가 부과 예정인데요. 실제로 50%가 더해지면 총 104%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공언했던 60% 관세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곧장 성명을 내고 "미국이 7일 중국에 대해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사실을 확인했고, 중국은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만약 미국이 관세 조치를 확대한다면 중국은 우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은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만약 미국이 고집을 피운다면 중국은 끝까지 상대해 싸울 것"이라며 "상호 존중의 기초 하에 중국과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의견차를 적절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세계 경제 규모 1위와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한 치의 물러남도 보이지않고 있는 실정인데요. 트럼프의 재등장에 따라 격화한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전망입니다. 
 
특히 중국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50%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곧바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 고립'이 관세 전쟁의 주요 목표인 터라,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기회 잡은 건 중국…브릭스가 기반될 것"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이번 무역 전쟁의 승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전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의 대중국 관세를 사실상 유지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때부터 바이든 행정부 때까지 추가 부과된 평균 관세는 20.8%에 해당합니다. 
 
바이든 정부 역시 중국 견제를 위해 관세 정책을 활용한 건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관세 정책은 기존의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동맹국까지 겨냥하면서 서방 사회의 동맹에 균열이 발생한 겁니다. 이는 바이든 정부에서 유지된 대중국 견제 협력체계가 무너진 셈입니다. 
 
균열이 발생한 사이 서방 국가들은 친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참여한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몰리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적용된다는 점은 중국에 수혜로 다가갑니다. 미국의 관세는 개발도상국도 겨냥합니다. 베트남에는 46%, 태국에는 36%, 인도네시아에는 32%의 관세가 적용되는데요. 이들이 대미 수출의 의존도를 낮추게 되면, 중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딥시크로 대표되는 중국의 기술력도 변수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인공지능)연구소(HAI)가 7일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최고 AI 간 성능 차이는 지난 2월 1.7%로 조사됐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력 차이가 지난해 1월 9.7%에서 크게 줄어든 겁니다.
 
첨단 기술에 있어 성과를 내고 있는 중국이 점차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배경을 쌓고 있는 건데요. 중국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경제구조를 내수 활성화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 연구소장은 8일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50% 관세가 현재로서는 미국을 우위에 세울 수 있지만, 90일가량이 지나면 상황은 역전된다"며 "관세 적용에 따라 수입이 어려워지게 되면 소위 미국 내에 '물자 전쟁'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중국이 사실상 기회를 잡은 것"이라며 "중국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공화국)를 기반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달러 기축 통화 체제에 손상을 주는 등의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인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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