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거꾸로 삼킨 제약사)①존폐기로 넘어서 중장기 성장 조준
M&A 시장서 인수자로 부상한 바이오 기업
상장요건 충족 사례 대부분…제도적 비판도
사업 시너지 효과로 중장기 성장 발판 강조
2025-07-23 06:00:00 2025-07-2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1일 18: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전통 제약사의 신약개발 역량 강화나 신사업 확장 수단으로 인수되던 바이오 기업들이 이제는 M&A 시장의 새로운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바이오 기업은 물론, 역으로 제약사를 품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IB토마토>는 바이오 기업들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M&A를 택하게 된 배경을 짚어보고 과거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성공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인수자로 떠오른 바이오 기업들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M&A는 사실상 상장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인수 기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하고, 이를 중장기 성장동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더 나아가 단기적인 실적 개선보다 사업 역량 강화에 무게를 실은 결정도 나오면서 앞으로 바이오 기업들에게 M&A가 어떤 전략으로 자리잡게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안정적 수익 기반 마련하며 상장 유지 조건 충족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항암신약 개발사 신라젠(215600)은 이달 1일부로 수액전문 개발·생산 기업 우성제약과의 소규모 흡수합병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해당 합병은 신라젠이 존속회사, 우성제약이 소멸회사가 되는 100% 자회사 흡수합병 방식으로, 신주 발행 없이 진행됐다. 합병 이후 우성제약은 신라젠 내 제약사업부로 운영된다.
 
합병이 완료됨에 따라 오는 3분기부터 우성제약의 매출이 신라젠 연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우성제약은 2022년 52억원, 2023년 89억원, 2024년 8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신라젠으로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로써 지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코스닥 상장 기업에 부여되는 매출액 30억원 미만 요건에 의한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안고 있던 신라젠은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게 됐다.
 
여기에 내년 1월28일에는 난치성 혈관질환 특화기업 큐라클(365270)과 원료의약품(API) 전문 기업 대성팜텍의 합병 기일이 도래한다. 앞서 지난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흡수합병을 결정했던 큐라클은 당초 5월14일을 합병기일로 정했지만, 신사업 운영 기반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내년으로 일정을 미뤘다.
 
큐라클도 이번 합병을 통해 상장 유지를 위한 매출액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회사는 올해로 특례상장 기업에 부여되는 매출요건에 대한 유예가 종료돼 내년부터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기술이전 계약 해지 이슈가 발생하며 16억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큐라클이 이번 합병을 통해 확보하게 될 제품 포트폴리오의 지난해 매출은 약 95억원이다.
 
지난달에는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금호에이치티(214330)와 의약품 도·소매 전문 유통기업 풍전약품 지분 100%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연간 10억원 미만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선 최근 3년 중 2년 이상 자본 대비 법인세차감전손실 비율 50% 초과 요건에 걸려 관리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풍전약품은 지난해 370억원에 달하는 매출과 함께 6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기업이다.
 
이처럼 바이오 기업들이 추진한 M&A의 일차적인 목적은 상장 유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바이오 업계에서 본업과 무관한 M&A로 매출을 확보해 상장을 유지하는 것이 일종의 꼼수로 평가된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바이오 기업들이 M&A를 생존목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장 유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여러 회사를 M&A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경우라면 제도 개선을 통해 그런 일을 방지해야 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예컨대 시가총액 요건을 맞추려면 R&D를 통해 시장과 소통해야 하는데, 시총을 정해놓고 또 법차손 요건을 맞추라고 하는 것은 연구를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현실성 있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인수기업과 시너지 강조…역량 강화 방점 사례도
 
다만 바이오 기업들은 불가피한 생존전략으로 M&A 칼을 뽑아들었지만, 단기적인 실적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기업들은 보다 멀리 내다보고 있으며, 피인수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우선 큐라클과 대성팜텍은 안과영역이라는 접점을 토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성팜텍은 원료의약품 및 중간체 공정 개선에 대한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큐라클이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하게 될 제품 포트폴리오 매출의 상당부분은 안과 치료제 관련 원료의약품과 중간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과는 큐라클이 핵심 파이프라인으로써 망막질환 경구용 치료제 'CU06'과 망막질환 이중항체 'MT-103'을 개발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한 만큼, 양사는 각각 보유한 신약개발과 원료의약품 사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긴밀한 연계를 이뤄낼 전망이다.
 
큐라클은 이미 신사업 확장을 위한 사전작업에도 돌입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사업자등록증 업태에 '도매 및 소매업'을, 종목에 '기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도매업'을 새롭게 반영했으며, 이달 7일에는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원료의약품 수입업' 신고를 완료했다.
 
신라젠은 회사가 보유한 연구개발 역량을 우성제약의 연구개발 품목에 접목시킨다는 방침이다. 우성제약은 세계 최초의 '덱시부프로펜' 수액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신라젠이 그간 대형병원 위주의 임상을 진행해 오면서 확보한 연구인력과 시스템을 투입해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품목은 정부 지원 과제로도 선정돼 이르면 3년 이내에 개량신약으로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당장의 실적 개선보다 사업 역량 강화에 방점을 둔 사례도 존재해 M&A가 단순 상장 유지 전략을 넘어서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는 모양새다. 고유 약물전달기술 플랫폼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기업인 인벤티지랩(389470)은 지난 1월 큐라티스(348080)의 지분을 인수했는데, 큐라티스는 지난 2023년 기술성장기업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이다. 큐라티스가 상장 이래 매년 10억원 이하의 매출과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과는 거리가 먼 결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인벤티지랩이 공시한 인수 목적은 'GMP 제조소 확보 및 사업 역량 강화'다. 큐라티스의 오송바이오플랜트를 활용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전용 제조설비를 빠르게 구축하면서 장기적인 성장기반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큐라티스는 충북 오송에 약 6000평 규모의 cGMP·EU-GMP·KGMP 적격 수준의 바이오플랜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시설은 연간 5000만 바이알의 액상 주사제 생산이 가능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바이오벤처들이 혁신 기술을 토대로 시장에서 일정 수준 수익성을 내고 나서는 사업 확장이 필연적인데, 본연의 사업 철학과 포트폴리오가 비슷한 제약사나 다른 기술을 인수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국내 바이오산업계, 특히 신약 쪽 성숙도를 본다면 충분히 M&A 전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진짜 사업을 하기 위해 M&A를 하고자 한다면 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베네핏도 마련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