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D+1600일’ 쿠팡, 공모가 탈환 도전
석달간 50% 올라 31달러
35달러 회복 ‘대만·일본·명품’ 성장동력에 달려
이익 대비 비싸지만 상각전이익 기준 괜찮아
2025-07-23 06:00:00 2025-07-23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쿠팡이 공모가 탈환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 4년4개월만입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에도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여주면서 주가 상승세를 탔지만, 온라인 유통 공룡을 옥죄는 정부의 규제가 나오지 않을지 우려도 존재합니다. 
 
4년만에 공모가 35달러 근접
 
2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쿠팡(종목기호 CPNG)은 31.25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9일 30달러를 넘어선 뒤에도 매일 소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고점을 높이다가 이날은 0.76% 하락으로 쉬어갔습니다. 
 
쿠팡은 지난 4월7일 20달러 아래로 추락하는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년 이상 이어진 반등 추세를 무너뜨리고 다시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쿠팡은 2021년 3월11일 공모가 35달러로 뉴욕증시(NYSE)에 상장한 이후 줄곧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상장 당일엔 장중 69.00달러까지 치솟는 등 대박을 안겨줄 것처럼 보였지만 기대는 머지않아 악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해 5월13일 35달러를 깨더니 3개월 만인 8월12일 다시 35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그 뒤로 지금까지 4년 동안 다시는 공모가를 밟지 못했습니다. 2022년 5월11일엔 장중 8.98달러까지 추락했습니다. 상장 1년여 만에 주가가 3분의 1 토막 나자 ‘쿠팡이 미국에 상장해 한국 투자자를 살렸다’는 조롱에 가까운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커머스 공룡은 2023년 영업이익 흑자전환과 함께 오랜 절치부심을 끝내고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폭탄 충격에 올 4월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다시 석 달 만에 50%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며 그 힘을 과시했습니다. 
 
(사진=뉴시스)
 
환율 도울 때 해외사업 ‘싹수’ 보여야
 
현재 쿠팡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어도 최소한 적자 걱정에선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2분기 소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론 매 분기 이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또 아직은 이익보다 매출 성장세가 더 중요한데요. 이익 규모는 들쑥날쑥할지언정 매출은 분기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1분기는 탄핵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관세 충격까지 더해져 쿠팡도 영향을 받았으나, 곧 발표될 2분기 매출은 사상 최초로 8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2분기에 원달러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중반으로 하락한 것도 쿠팡에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환율 하락 즉 원화 강세는 내수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쿠팡이 미국 상장기업이다 보니 실적을 달러 기준으로 집계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쿠팡이 국내에서 원화 기준으로 전 분기와 동일한 실적을 올려도, 원달러환율이 하락하면 달러 기준으로는 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미국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쿠팡의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 0.09달러에서 오는 2027년 1.08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여기엔 쿠팡이 마진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돼 있는데요. 이들은 상품 커머스 부문의 마진이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매출 성장은 유지하면서 자본지출을 줄이는 노력도 현금흐름을 늘려 투자 여력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무엇보다 쿠팡의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 보입니다. 쿠팡은 2021년 실패를 딛고 올해 1월 일본 음식 배달시장에 ‘로켓나우’로 다시 진출했는데요. 초기 도쿄 일부 지역으로 시작해 6개월만에 서비스를 도쿄 23개구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무료 서비스 등을 앞세워 일본 배달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버이츠를 공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2년에 진출한 대만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월가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쿠팡의 해외시장 안착 여부는 한국 시장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물론 해외 진출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이는 곧 대규모 투자 실패로 연결돼 쿠팡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으나 애널리스트들은 아직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상각전이익 23배→15배 
 
성장기업들이 그렇듯 현재 쿠팡의 주가수익비율(PER)도 매우 높습니다. 이익이 증가했지만 그보다 주가 상승폭이 더 커서 3월말 105배였던 수치는 더욱 올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성장 중인 쿠팡에겐 PER보다 이자 및 세금, 감가상각을 하기 전의 이익에 기준해 평가하는 EBITDA가 더 적합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월가는 쿠팡의 올해 조정 EBITDA가 41% 증가해 2027년 31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를 기업의 실제가치(시가총액+부채-보유현금)을 의미하는 EV로 나눈 값(EV/EBIDTA)은 올해 기준 23배, 내년엔 15배 수준입니다. 실질적인 수익성 대비 주가 수준이 매우 높진 않다는 의미입니다.
 
쿠팡은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1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덕분에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됐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매출 성장과 이익 증가입니다. 쿠팡은 다음달 6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국내 매출 증가엔 한계가 있어 시장을 만족시키려면 일본과 대만에서 성과가 나야 합니다. 쿠팡이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도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에 따라 쿠팡의 공모가 탈환과 추가 상승이 좌우될 전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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