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탄핵 선고가 기약 없이 지연되고만 있습니다. 애초 윤석열씨 선고기일은 최후변론(2월25일)이 끝나고, 3월14일쯤 있을 걸로 여겨졌지만, 아예 3월을 넘겨 4월까지 늦춰지게 된 겁니다.
헌재의 숙고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도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8명의 헌법재판관들 중에서도 탄핵 인용파와 탄핵 기각파가 나뉘어 팽팽한 의견 대립을 하고 있고, 합의를 내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이 2월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한 표의 딜레마'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씨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의 선고가 미뤄지는 이유는 ‘한 표의 딜레마’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8명입니다. 전체 정족수는 9명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지난해 10월 3명의 재판관(이종석 소장,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한동안 6인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6인 체제로는 탄핵심판이 불가능합니다. 헌재법에서는 사건 심리에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이 필요하고, 탄핵 인용에는 6인 이상이 요구됩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이 임명되면서 겨우 8인 체제의 구색을 맞췄습니다. 다만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속 임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헌재는 '마 후보자를 임명을 하지 않는 건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결정까지 내렸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입니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는 8인 체제에서는 일단 재판관 전원일치(인용 8인 대 기각 및 각하 0인)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관들 전원이 윤씨의 파면에 뜻을 모았다면 선고가 지금처럼 한달 이상을 넘기지 않고, 3월 안에 마무리되고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돌입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윤씨 탄핵에 대한 의견이 반반(인용 4인 대 기각 및 각하 4인)인 상황에서는 설사 진보성향의 마은혁 후보자가 가세하더라도 5대 4가 됩니다. 인용을 위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합니다. 때문에 윤씨는 파면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재판관 의견이 인용 5대 기각 및 각하 3, 즉 5대 3으로 나뉘었을 때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마은혁 후보자의 가세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면 인용을 주장하는 재판관은 6명이 됩니다. 윤씨의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결국 마 후보자가 캐스팅보트를 쥔 셈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배경 역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윤석열씨가 2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사진=헌법재판소 제공, 뉴시스)
4월 중순이 마지노선
극단적으로는 헌재 선고가 6월까지 미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듭니다. 헌재법상 탄핵심판은 6개월(180일)입니다. 윤씨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헌재에 접수된 건 지난해 12월14일입니다. 헌재는 법률상으로는 6월13일까지만 선고를 하면 됩니다.
현재 8인 체제에서 5대 3 구도(인용 5인 대 기각 및 각하 4인)로 헌재가 선고를 내린다면 인용 정족수 6인을 채우지 못해 ‘기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윤씨는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하는데, 재판관 후보자 1명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선고의 정당성 문제’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은 여전히 마 후보자를 임명할 뜻을 보이지 않습니다. 한 권한대행으로선 보수층 반발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더구나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이 해야 하는데, 괜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했다가는 추후 법적 시비가 걸릴 수도 있다고 판단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4월18일이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합니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헌재는 6인 체제로 돌아갑니다. 자칫 윤씨 탄핵심판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헌재의 총원 9명 재판관은 대통령 몫 3인, 국회 몫 3인, 대법원장 몫 3인 추천입니다.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앞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했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씨 선고가 4월 중순을 넘기면 재판관 2명이 추가 공석이 된다. 재판관 이슈로 선고가 6월까지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며 “헌재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전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결론을 짓는 게 국론분열을 막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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