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검찰이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윤석열씨가 구속취소된 데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겁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잇따라 제동이 걸렸습니다. 계속되는 ‘헛발질’에 검찰이 자멸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법원 판결을 계기로 검찰 스스로 개혁에 돌입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법원 "공소사실 증명에 합리적 의심"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는 26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증명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 대표는 앞서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항소심에서는 ‘징역형이 무죄’로 뒤바뀐 겁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공소사실의 증명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즉 항소심 재판부에서 봤을 때 검찰이 수사한 뒤 재판에 내놓은 증거가 허점투성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았다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3가지로 분류해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3가지 모두 검찰 공소를 배척했습니다. 검찰이 제시해 공판에서 채택된 증거가 ‘유죄를 선고할 만큼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2심 무죄 판결은 검찰에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1심 실형이 2심에서 무죄로 뒤바뀐 것은 검찰의 공소유지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형사소송 1심 징역형이 2심에서 무죄로 바뀌는 비율은 1.7% 정도입니다. 100명에 2명도 안된다는 건데, 검찰이 2심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를 납득시키지 못한 겁니다.
이에 앞선 윤석열씨의 구속취소도 검찰에게는 뼈아픈 한방으로 지목됩니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내란 우두머리죄로 구속된 윤씨가 낸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법원은 검찰이 구속기간 만료 상태에서 윤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인정했습니다. 검찰은 통상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해 왔고,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으로 수사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만큼 구속 기간 연장을 날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윤씨와 이 대표 2심에서 법원이 강조한 대목은 ‘의심스러울 땐 피고의 이익으로’라는 법적 명제입니다. 수사와 기소를 비롯해 공판 과정에서 ‘의심스럽지 않을 증거’를 내고 수사기관으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검찰 주장에는 법률적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점을 법원이 일갈한 셈입니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윤석열 씨가 3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스스로 자성 필요"
일각에서는 검찰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겁니다.
검찰은 그동안 ‘일단 털고 보자’는 식의 수사를 관행적으로 해왔다는 비판을 숱하게 받아 왔습니다. 증거를 만들어 가면서 기소하고, 때로는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별건에 집중하면서 무리하게 인권을 유린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 대표는 항소심 판결 이후 “검찰과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쓴 역량을 국민의 삶 개선을 위해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나"라고 말했습니다. 2심 판결 이후 검찰로서는 이런 지적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상태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검찰 주장보다 법리적 관계를 엄격히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봐도 충분하다”며 “정치권에서 검찰개혁의 외풍이 불어닥치기 전에 검찰 수사 관행에 대한 내부적 자성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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