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뒤집히는 '관세'…컨트롤타워 없는 한국
트럼프식 '충격과 압박' 전략…불확실성 속 관건은 '협상'
"타격은 불가피…외교·안보·경제 측면서 협상카드는 충분"
2025-03-06 18:10:30 2025-03-06 18:10:3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트럼프식 '매드맨'(미치광이) 전략이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달간 유예하기로 전격 결정했는데요. 두 나라에 25% 관세가 발효되고 바로 다음 날 벌어진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해당 협상은 더 이상 없다"고 못 박았는데, 이를 뒤집은 겁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인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줄줄이 예고된 '관세 폭탄' 앞에 무엇보다 협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권력공백' 상태인 우리나라의 리스크는 한층 높습니다. 카드가 있어도 협상에 제대로 나설 수 있겠냐는 우려입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5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관세 위협 뒤 유예 '깜짝 발표'…불확실성 극대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빅3 자동차 업체와 대화했다"며 이번 조치가 캐나다·멕시코와의 관계를 고려한 게 아닌, 자국 산업계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는 사실을 분명했습니다. 그는 "내달 2일 상호 관세가 발효된다"는 점도 재확인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메이커 '빅3' 대표와 통화했습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로 3국 국경을 넘나들며 공급망을 운영해 왔는데요. 이들은 "25% 관세부과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며 무관세 유지를 강력히 요구해 왔습니다.
 
멕시코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업체도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입니다. 그러나 관세 유보는 한시적인 조치인 만큼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술은 '충격·압박'과 '각개격파'가 핵심입니다. 먼저 강경한 관세 부과를 선언하고, 상대국이 반응하지 않으면 세율을 높이겠다고 위협하는데요. 이후엔 상대국이 양보하더라도, 철회가 아닌 유예 방식으로 협상을 이어갑니다.
 
그가 자동차·반도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전날 "반도체법(칩스법)을 없애라"라고 한 게 대표적입니다. 대미 투자금의 10∼20%대를 차지하는 보조금이 무산될 경우, 한국 기업의 현지 경영 계획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캐나다·멕시코를 시작으로 중국, EU(유럽연합), 일본, 한국, 대만 등과 차례로 협상에 나서며 국가 간 공동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내달 2일 발효 예정인 '상호 관세'는 국가·업체의 협상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미국 이익에 반할 땐 어느 정도 관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재차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상호 관세 자체도 '각국의 관세율·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적용한다'는 언급 외엔, 정해진 부분이 없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어떻게 부과하겠다는 건지, 정확히 무엇을 바라는 건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협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미국 측도 아직 자신들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산업부에선 지난주 안덕근 장관에 이어, 이르면 다음 주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고위급 협의를 통해 1차적 논의를 하고 이후 실무협의를 본격적으로 전개한다는 방침입니다. 
 
4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행정명령은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인 범죄자들에게 납치돼 살해된 조슬린 눙가라이를 기리며 야생 동물 보호 지역을 개명하는 내용이다.(사진=AP 뉴시스)
 
"고슴도치 전략 구사해야…한국은 캐나다·멕시코·우크라와 달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에 따르면 국내정치 불안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은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역시나 한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반도체·자동차' 부문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액에서 자동차·반도체 품목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20.8%, 10.4%였는데요. 두 품목의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49.1%, 7.5%를 차지합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한국 등 기타 국가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3.6% 감소한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도체 감소 비중은 5.9%였습니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천명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 분석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 캐나다·멕시코·우크라이나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달리 '협상 카드'를 쥐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캐나다·멕시코는 관세 보복을 하더라도 피해가 적고, 미국은 이들 국가에 강력하게 조처하면 좋은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면서 "반면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 견제'에서 중요한 존재"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한국을 강하게 때린다면 반미 정서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조선·반도체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클 것이다. 한국은 고슴도치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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