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아진 최상목…마은혁·명태균 '윤 뜻대로'
"특검엔 거부권·헌재 결정은 불이행…최상목, 고도의 정무적 권한대행"
2025-03-10 17:54:48 2025-03-10 18:58:3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가 한남동 관저로 복귀하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 대행은 이르면 11일 국무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인데요.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윤석열 거짓말·대검 석방지휘에…더 커진 '명태균 특검론'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대행은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합니다. 일반적으로 특검법 공포나 헌법재판관 임명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국무회의에서 발표하는데요. 국회를 통과한 명태균 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5일이라, 최 대행은 이번 주 안으로 특검법을 공포할지 아니면 거부권을 쓸지 정해야 합니다.
 
최 대행은 중요 국면마다 '여야 합의'를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해왔습니다. 한 달 새 7개의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며 한덕수 국무총리의 거부권 기록을 뛰어넘었는데요.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이 "보수 진영을 정치 수사로 초토화하겠다는 정쟁 특검법"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당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최 대행이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쓸 거란 게 중론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달라"는 석방 직후의 윤석열씨의 메시지는 결정타나 다름없는데요. 여권이 윤씨 복귀에 힘입어 그의 '탄핵 기각'을 주장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해법은 없습니다. 윤씨가 지난해 11월 대국민담화에서 김건희씨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내놓았던 해명 중 상당수는 이미 거짓으로 드러난 상태입니다.
 
당시 윤씨는 "김씨가 취임 이후에도 명태균씨와 연락하긴 했지만 몇 번 되지 않고, 내용도 사소했다"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김 여사가 명씨와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된 건 최소 11번이었고 이후 드러난 대화 내용도 절대 사소하지 않았습니다.
 
김씨가 명씨에게 "(김영선 전 의원에게) 단수(공천)을 주면 나 역시 좋지만 기본 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한다"고 한 내용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외교 방향 조언을 받은 텔레그램 대화가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겁니다. 
 
또 윤씨는 "누구에게 공천을 주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 윤상현 의원인지도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녹취록에서 윤씨는 명씨의 거듭된 요청에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윤 의원"이라고 정확히 지목하며 "윤 의원에게 이미 얘기했는데 한 번 더 얘기하겠다"는 취지로 안심시켰습니다.
 
현재 명태균 게이트는 비상계엄 사태의 한 원인으로까지 지목되고 있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등 대검찰청 지휘부가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반발에도 '윤석열 석방'을 지휘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검찰 불신은 커졌는데요. 명태균 게이트는 특검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는 여론은 힘을 받고 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 권한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고 명태균 특검법 공포하라"며 "이번 주가 최종 시한"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 소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명태균씨. (사진=연합뉴스)
 
여당 눈치보는 최상목…헌법 결정 불이행 '11일째'
 
얼핏 보면 최상목 대행은 '소극적 권한대행'로서 역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통령 이상의 '고도의 정무적 결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 대행은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선고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27일 선고 이후 이날로 11일째 '숙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재 결정에 따른 행정부의 헌법상 의무 이행을 미루는 건 '헌법 위반'이자 '직무유기'입니다. 헌재법 66조는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피청구인이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덕수 총리가 복귀할 수 있는 만큼, 최 대행은 권한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국무위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모양새입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현상 유지를 위해 최소한이어야 한다"면서 그 조건으로 '대통령 의무의 이행'을 들었습니다.
 
차 교수는 "헌법재판소 판결은 기계적으로 따라야 하는데, 따르지 않는 건 고도의 정무적 결정"이라며 "최 대행은 대행으로서 안 해야 하는 건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해야 할 건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특검법 수용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은 이번 주 후반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는 14일 윤석열씨·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최 대행이 당장 11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수용 여부를 정하지 않고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결정을 유보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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