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된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707특수임무단(707특임단)이 소지한 케이블타이가 출입문 봉쇄용이 아닌 '체포용'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707특임단이 케이블타이를 사용해 비무장 민간인을 '불법 체포'하려던 장면이 국회 폐쇄회로(CC)TV 영상에 잡힌 건데요. 앞서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윤석열씨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윤씨 측 증인으로 출석해 "케이블타이는 대인용이 아닌 문 봉쇄용"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김 단장의 증언이 뒤집힌 셈입니다.
국회사무처가 지난해 12월4일 공개한 계엄군의 국회 본관 진입 과정. (사진=국회사무처)
"핸드폰 빼앗고 케이블타이 꺼내"…707특임단 '일방적 폭력 행사'
20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회 방호처에서 직접 확인한 국회 CCTV 영상에는 707특임단이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50분경, 본지 취재진을 케이블타이로 결박하려던 장면이 담겼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 특임단원들은 기자의 한 팔을 1명씩 잡는 식으로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안규백 의원실은 국회 사무처에 해당 영상의 제출을 거듭 요청했으나 사무처·방호과는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습니다. 사무처는 CCTV 관련 업무는 방호처가 담당하고 있다고 했고, 방호과는 사무처 보고 라인에 따라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검토가 필요한 이유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들었습니다. "제3자, 즉 국회를 침탈한 계엄군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안 된다"는 논리였는데요. 그러나 마스크로 얼굴 절반가량을 가린 '계엄군 개인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해당 영상의 시점은 비상계엄 선포 후 1시간20여분이 지난 때로, 대부분의 보좌진·취재진은 계엄군을 막기 위해 국회 본청 정문에 몰려있습니다. 경찰이 국회 출입문을 전면 봉쇄하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졌고 특전사 헬기는 상공을 지나 본청 뒤편 운동장에 착륙한 상황이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계엄군의 진입 지점이 특정되지 않자, 헬기 착륙 지점으로 향했습니다. 이후 헬기에서 내려 국회 본청 외곽을 탐색하던 707특임단을 홀로 맞닥뜨렸는데요. 특임단은 휴대전화로 촬영을 시도하던 기자에게 달려들어 휴대전화를 빼앗고 완력으로 끌고 가 벽면에 밀어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특임단원은 기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고 하는 등 폭력도 사용했습니다.
707특임단은 어떤 설명·요청도 없이 기자를 둘러싸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벽면에 등을 대고 앉으라"고 거듭 강요할 뿐이었습니다. 벽에 등을 대고 앉은 상태에선 일어서기가 힘들어지는데요. 이는 피의자의 저항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수갑을 채우는 등 추가적인 조치를 용이하게 하는 제압법입니다.
기자가 불응하자 상급자로 보이는 707특임단원이 "케이블타이 가져오라"고 말했고 이에 또 다른 단원이 케이블타이를 가져와 결박을 시도했습니다. 불법 체포가 이뤄지자 격렬한 저항이 이어졌고 실랑이는 10여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특임단은 기자 앞에서 촬영 영상 '영구 삭제'까지 진행했습니다.
기자가 풀려난 시각은 '707특임단이 국회 본청 2층 정문 진입을 시도한 순간'(12월4일 오전 0시02분)과 거의 일치합니다. 기자를 둘러쌌던 특임단원들 역시 곧장 정문으로 향했는데요. '진입 명령을 받고, 체포 시도를 멈췄다'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이후 707특임단은 국회 정문에서 보좌진과 대치하다 여의치 않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로 우회해 유리창을 깨고 본청에 난입했습니다. 특임단이 처음 탐색한 지점이자, <뉴스토마토> 기자에 대한 불법 체포 시도가 이뤄졌던 위치입니다.
이 같은 정황은 "우리 부대원은 방어만 했고, 절대 국민을 향해서 총구를 겨누거나 무력을 사용할 의지도 없었다"는 김현태 단장의 지난 6일 헌법재판소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이 자리에서 김 단장은 "수행하려던 국회 봉쇄는 '테러리스트 등 외부 적의 위협'을 차단한다는 의미"라며 "케이블타이는 문 봉쇄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본지 기자는 테러리스트인 셈입니다.
그러나 <SBS> 보도에 따르면, 김 단장은 707특임단 지휘부가 모두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비상계엄 당일 △외곽 봉쇄, 출입문 차단 완료되면 보고(오후 11시30분) △공포탄·테이저건으로 외부 세력 차단(11시31분) △의원 본회의장 진입 차단(11시46분) 등의 지침을 내렸습니다.
김 단장이 핵심 차단 대상으로 '국회의원'을 지목한 겁니다. 707특임단은 직속상관인 김 단장 명령을 그대로 이행한 걸로 보이는데요. 특임단이 처음 마주친 대상이 기자가 아닌 의원이었다면, 실제 체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707 특임단이 휴대한 케이블타이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케이블타이, 포박용에서 '봉쇄용'으로…말 바꾼 김현태
실제 707특임단이 휴대한 케이블타이는 '수갑형'으로 당초 미군 특수부대·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하는 용도로 고안된 제품입니다. 해당 케이블타이는 문 봉쇄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데요. 비상계엄 당시, 특임단이 국회 본청 후문을 봉쇄할 때 썼던 도구도 '케이블타이'가 아닌 '청 테이프'였습니다.
그러나 김현태 단장의 말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앞서 김 단장은 지난해 12월9일 첫 기자회견에서 "부대원들에게 인원을 포박할 수 있으니 케이블타이 이런 것들을, 잘 챙기라고 강조했다"며 "부대원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제 케이블타이는 포박용에서 문 봉쇄용으로 둔갑했습니다. 김 단장은 '민주당 회유설'에 이어 '민주당 폭동 유도설'까지 내세우고 있습니다.
"'의원 150명 넘으면 안 된다,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나'는 지시를 받았다"는 말(12월9일 기자회견)은 "들어갈 수 있냐는 거였지, 지시에 '끌어내라'와 '국회의원' 단어는 없었다"(6일 헌재 발언)로 바뀌었습니다.
국회 내란 국조특위(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은 "수갑용 케이블타이가 현장에서 발견됐고, 이를 이용해 실제 체포 시도가 이뤄진 걸로 보인다. 특히 계엄군의 무력 사용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만큼, 김 단장은 진술이 달라진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김 단장에게 '민간인에 대한 무력행사'와 '케이블타이 결박 시도'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김 단장은 특수전사령부 공보 장교를 통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원론적 답을 내놨습니다.
유지웅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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