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한 전 대표는 오는 26일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합니다. 이 기점을 시작으로 그의 정치 행보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한때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였지만, 이제 그 앞에 놓인 길은 '험로'입니다. 1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한 전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배신자 프레임, 지지율 하락, 친한(친한동훈)계 붕괴 등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배신자 프레임
한 전 대표가 맞이하는 최대 도전은 '배신자 프레임'입니다. 그의 등판 예고에,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견제구를 날렸는데요.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 전 대표가 12·3 계엄 직후, 바로 '위헌·위법'이라고 얘기한 부분은 성급했다"고 깎아내렸습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지금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당이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런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기 대선에 정신이 팔린 것은 정치인으로서 좀 생각해 볼 대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 더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나경원 의원), "한 전 대표가 지금 나서면 당의 혼란을 불러올 뿐"(윤상현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는 일제히 날을 세웠습니다.
'배신자 프레임'을 앞세워 한동훈 지도부를 축출한 이들이 당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 전 대표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그에겐 다시 집중포화가 쏟아지는 수순입니다.
한 대표로선 딜레마입니다. '비상계엄에서의 역할'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탄핵 찬성파'로서 차별화된 메시지를 내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윤석열 씨 탄핵 정국에서, 극우 지지층이 결집한 상황은 '악재'인데요. 배신자 낙인찍기는 더욱 손쉬워졌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친윤계는 주도권을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다"며 "분당할 각오로 맞서야 한다. 오히려 유승민 전 의원이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각을 세워서, 개혁적인 포지션을 꿰차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탈윤(탈윤석열)·반윤(반윤석열)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배신자 프레임을 감수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차 교수는 "한 대표가 합리적 보수의 대연합을 만들어 나가면서, 극우 세력과 싸우는 대립점을 보여준다면 당대표 시절에 보여줬던 이미지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②지지율 하락
지지율 하락이야말로, 한 전 대표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입니다. 지난 14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2월11~13일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5%를 기록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34%),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2%)에 이어 한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오세훈 서울시장(5%) 순이었습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한 전 대표는 24%의 선호도로 이 대표(23%)와 접전을 다퉜습니다.
그러나 지난 4·10 총선 후 10%대 지지율로 떨어졌고, 윤석열 씨 탄핵안 가결, 당대표 사퇴 이후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 대표가 활동을 재개하면, 당대표 당선 직후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입니다.
지난 7·23 전당대회 당시, 그리고 현재 정국의 간극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실제 극우 지지층 비율이 상당한 데다, 한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원들도 그가 보여줬던 오락가락 행보에 실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친윤계의 당대표 흔들기에 한 대표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설사 집권한다 하더라도, 당과 소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짚었습니다.
안 대표는 "탄핵심판이 결정 난 이후엔, 여론이 재정렬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 대표가 기존 양당 정치를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하고, 양극단을 배제한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친한계 붕괴
한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리더십 한계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는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사퇴'였습니다. 진종오 전 최고위원의 경우, 다시 친한계에 합류한 상태인데요. 여전히 한 전 대표는 당내 세력을 구축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친한계의 확장성·결속력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친한계에서 대세 따라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몇 명뿐"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의원도 "조직이 느슨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친한계가 '명태균 특검법'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건, 당내 세력이 약화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한 친한계 관계자는 "이번 대선 경선에서 '한 대표가 1위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2위는 할 수 있다"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표로 하는 탄핵 반대파 후보와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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