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명태균 게이트'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22대 총선 당시 김건희씨와 통화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경남 창원 의창 공천에 대해 상의합니다. 특히 김씨는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를 '콕 집어' 공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김 전 검사는 윤석열씨가 검찰총장에 재임할 때 벌어진 '고발사주 의혹' 수사 대상이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2024년 10월11일 윤석열씨와 김건희씨가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대검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차장검사)이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한 일입니다. 당시 고발장에 명시된 고발 대상은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씨, 성명미상자 등 11명입니다. 고발장에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된 건 윤씨 부부, 한동훈 검사장(이후 국민의힘 대표 역임) 등 세 사람이었습니다.
손 차장검사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의혹을 수사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 대상엔 손 차장검사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손 차장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하기 전, 고발 대상에 대한 판결문을 검색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명씨와 김씨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김상민 전 검사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2020년 4월 고발사주 의혹이 일어나기 직전 김 전 검사가 '제보자X' 지모씨의 판결문을 검색했다"며 "김 전 검사는 이 시기 손 차장검사와도 통화한 걸로 파악된다"고 했습니다.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3월31일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이 보도된 후 벌어졌습니다. 2020년 3월31일부터 4월3일까지 사흘간은 지씨가 제보자X라는 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때문에 이 시기에 김 전 검사가 지씨의 판결문을 검색했다면, 고발사주 의혹에도 깊이 관여된 걸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고발사주 의혹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선 김 전 검사의 이름이 거론됩니다. 2022년 11월22일 재판에서 공수처 검사가 대검 관계자에게 "2020년 4월3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근무자가 아닌 사람 중 지씨의 판결문을 검색하거나 출력한 김상민 검사 등의 진술서를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제가 (진술서를) 직접 받은 건 아니고, 따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공수처가 대검에 이렇게 질문한 건 김 전 검사가 고발사주 고발장 작성 과정에 '관여했다'고 의심했던 걸로 보입니다. 다만 당시 수사는 손 차장검사가 소속된 수사정보담당관실 쪽에 집중됐고, 김 전 검사에 대해선 별다른 수사가 없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창원 의창 '공천'에 김상민 밀었던 김건희
명씨와 김씨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명씨에게 김상민 검사의 국회의원 출마를 지원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김씨가 "김상민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김상민이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또 "윤한홍 의원도 김상민 검사가 의창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박완수 (경남)지사에게 전화해 김상민 검사를 도우라고 했다"고 말합니다.
당시 김 전 검사는 현직 검사 신분임에도 총선에 출마하려고 해서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런데 김 전 검사가 느닷없이 출마한 배경이 이번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겁니다. 앞서 김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이던 지난 2023년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인 창원 주민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지역 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겠다" 등 내용의 문자를 보내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논란이 되자 김 전 검사는 '정치적 의미가 없는 안부 문자였고 총선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대검 감찰위원회 역시 이런 해명을 고려해 징계를 청구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김 전 검사는 법무부에 사직서를 내고 총선 출마를 위한 출판기념회 개최를 예고했습니다. 그러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전 검사의 행동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추가 감찰을 지시, 김 전 검사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김건희씨가 명태균씨와 통화하면서 김 전 검사 공천을 이야기한 건 그가 징계를 받고 3일 뒤였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결국 김 전 검사를 공천에서 탈락시켰고, 지난해 8월 김 전 검사가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져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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