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상법 개정 토론회를 열었다. 자본시장과 기업들에겐 매우 중요한 이슈여서 유튜브 생중계를 켜놓고 일하던 중이었는데 어느 참석자의 발언이 귀에 꽂혔다.
투자자 대표로 나온 그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오너리스크를 이사회에 해당하는 국회가 나서 막은 것처럼, 기업의 이사회를 작동하게 할 상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이란 표현은 새로 입사하는 수습기자들에게 경제교육을 할 때 즐겨 쓰던 비유였기에 귀에 쏙 들어왔다.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기업 경영자의 독단적인 결정을 제어하는 이사회의 순기능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란 말엔 설득력이 있었다. 내년 교육 땐 나도 써먹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안타까운 발언도 있었다.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 시장을 떠나 대화할 상대가 없는데 무슨 토론을 하겠단 것인지 모르겠다던 참석자의 발언이다. 물론 그도 미국 주식시장으로, 코인 투자로 떠난 MZ 투자자로 한정했지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말이었기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는 토론을 할 게 아니라 떠난 투자자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을 대표하는 학계 전문가나 재계의 의견은 익히 들어 익숙한 것이었기에 “PBR(주가순자산비율) 0.3배 정도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해야지” 같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 외엔 인상적인 무언가는 없었던 자리였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선 여덟 개 시즌 곳곳에서 “Winter is comming”이란 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극의 배경인 가상의 대륙 위 일곱 개 왕국 중 최북단의 윈터펠을 다스리는 스타크 가문의 가훈인데, 다른 가문 사람들도 누구 할 것 없이 이 말을 한다. 길고 긴 겨울을 나야 하는 윈터펠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경구이지만 여기엔 겨울 혹한을 넘어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하란 뜻이 담겨 있어서다.
2025년은 한국 경제에 견디기 힘든 겨울이 될지도 모르겠다. 과거 윈터펠의 겨울이 몇 년간 지속되며 모두를 괴롭혔듯 우리 경제도 ‘잃어버린 N년’으로 지칭되는 장기 혹한에 접어들 위기 앞에 서 있다. 그에 대비해야 한다.
상법 개정 같은 것들은 그중 성벽에 큰 돌 몇 개 쌓는 것, 성문 보수하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토론회 참석자 일부가 지적했듯 선언적, 상징적 문구다. 하지만 지금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겨울 눈폭풍과 함께 몰려올 무언가에 의해 절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매년 마지막 칼럼엔 다음 해 증시에 대한 기대감 또는 위험을 표현했다. 지금 한국 주식의 절대값은, 싸다. 그런데 매수하라고 적극 권하지는 못하겠다. 겨울이 다가오는 와중에 대비라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주식을 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이 한국 증시가 처한 현실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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