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갑질 없었다…교육계 "재수사해야"
경찰의 사건 '혐의없음' 종결 예정 발표에 교육계 분노
"받아들이기 힘들어…철저한 진상 규명해야"
2023-11-15 15:09:37 2023-11-15 21:16:02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경찰이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에 대해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밝히자 교육계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수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내가 비슷한 일 당해도 이럴까 봐 참담하고 비통"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경찰이 전날 서이초 교사 사건을 '범죄 혐의없음'으로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서이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고인이 학부모의 민원으로 힘들어했다는 여러 정황과 증언이 나왔음에도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송원영 서울 서초경찰서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반 아이들 지도·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고인의 동료 교사와 친구, 학부모 등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에서 범죄 혐의점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은 사건조차 학부모의 교권 침해 행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법과 제도가 정비됐다고 해도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경찰이 서이초 교사의 극단 선택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학부모와 관련한 학교 업무 문제를 거론했음에도 범죄의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학부모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교사만 학부모로 인해 힘들어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뜻인가"라며 "내가 비슷한 일을 당해도 이렇게 될 것 같아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에 대해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밝히자 교육계가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 앞에 추모 화환이 놓여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재수사와 순직 인정 목소리 높아져…수사 이의 제기 절차 준비도
 
교원단체들도 이번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입장입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안타까운 희생과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아무도 교원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교원 스스로 교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서이초 교사 사건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면서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경찰 브리핑을 살펴보면 결국 고인 휴대전화 포렌식을 하지 못한 데다 학부모 민원 내용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나온 게 없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전면 재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견해를 표했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직접적인 폭언 등이 없었더라도 가해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교사에게 심리·정서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위해를 가했을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재수사와 함께 고인의 순직 처리도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편 초등학교 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을 통해 구성된 '공교육 정상화 전략기획팀' 측은 이달 중 서이초 교사 사건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사심의 절차를 밟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에 대해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밝히자 교육계가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故 서이초 교사 사건 수사 결과 규탄 및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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