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먹구름'…올해 법인세 '90조'도 위태
1~4월 법인세수 35.6조원…전년비 30.8%↓
기업 실적 악화 영향…'중간예납' 전망도 암울
법인세수 목표치 15조원 하향 조정…"정부 희망사항"
2023-06-12 18:04:14 2023-06-12 18:26:40
 
[뉴스토마토 조용훈·김유진 기자] 올해 들어 정부의 법인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나라살림의 경고 신호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어 하반기 세입 여건도 녹록치 않은 실정입니다.
 
정부는 올해 90조원 안팎의 법인세수를 예상하고 있지만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 결손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 동기(167조9000억원) 대비 33조9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법인세 수입은 1년전보다 30.8%(15조8000억원) 감소한 35조6000억원으로 전체 세수 결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법인세수에 구멍이 난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지난해 중간예납 제도를 통해 이미 납부된 세액이 증가한 탓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 감소는 감세정책 때문이 아니라 작년 하반기 실적 악화 때문"이라며 "양도소득세 등 자산세수 감소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에 기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작년 3월 법인세 실적이 좋았고 그걸 기초로 8월에 중간예납 한 기업들 많았다"며 "지난해 중간예납을 더 많이 냈기 때문에 올해 실적이 같더라도 3~4월에 내는 세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 동기(167조9000억원) 대비 33조9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해의 경우 기업들 실적이 좋아 중간예납액으로만 34조3000억원이 걷혔는데, 같은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나빠진 기업들의 경우 올 상반기 세금을 덜 내거나 이 중 일부를 돌려받았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법인세 결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4월까지 덜 걷힌 법인세수 구멍을 메꾸려면 오는 8월 중간예납 분으로 이를 채워야 하는데 올 1분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업데이터연구소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올해 1분기 실적 확인이 가능한 309곳의 영업이익은 25조8985억원으로 전년(50조5567억원) 대비 4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95.5%(13조4812억원) 줄면서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는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 수입을 당초 올해 목표치(105조원)보다 15조원가량 줄어든 90조원 안팎으로 낮춰 잡았지만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 희망 사항일 뿐 90조원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지금으로서는 법인세 결손을 만회하려면 작년 중간예납보다 올해 중간예납이 더 나와줘야 하는데 기업들 실적을 볼 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심각한 경기둔화 상황에 맞물려 기업들 수출까지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 법인세수 결손폭은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4월까지 법인세 수입은 전년대비 15조8000억원 감소한 3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와 감만(위) 부두 야적장.(사진=뉴시스)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추가 개편 움직임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미 지난해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춘 데다, 법인세발 세수 구멍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여야는 세법개정을 통해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내리고 중견·중소기업 등에 적용되는 세율도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내린 바 있습니다. 
 
반면 재계는 국내 법인세의 조세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로 여전히 낮다며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련해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 즉 최종적으로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지금도 투자세액공제 등으로 각종 세금을 감면을 해주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앞서 참여연대 측은 논평을 통해 "대내외 여건과 무관하게 앵무새처럼 건전재정을 외치면서도 대규모 감세로 세수 부족 초래하고도 재벌대기업에게 아낌없이 더 퍼주겠다는 윤 정부의 모순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세수 급감에 따라 일부 감세정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유류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감세정책이 정상화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기 악화로 법인세뿐 아니라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입 여건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까지 연장된 유류세 인하 종료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환원하는 방안 등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정부 세수가 크게 줄면서 유류세 인하 종료와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80% 환원 등 각종 감세정책이 정상화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 나옵니다. 사진은 서울 직장인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김유진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