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예산도 교육교부금으로 지원?…교육계, 강력 반발
조경태·전주혜 의원, 교부금 지원 대상에 어린이집 포함하는 법안 발의
교육계, 반대 목소리…"과밀학급 문제·건물 노후화 등 해결에 교부금 투입돼야"
교육감협의회도 지원 사격…"보건복지부 부담금 교육부에 떠넘기려 해서는 안 돼"
2023-06-12 06:00:10 2023-06-12 06:00:1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유·초·중·고 교육에만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지원 대상에 어린이집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자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면서 교부금 일부를 떼어낸 데 이어 어린이집까지 교부금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생기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교부금으로 어린이집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발의돼…'유보 통합' 힘 싣기 해석 나와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조경태·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교부금으로 어린이집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습니다.
 
내국세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되는 교부금은 그 지원 대상을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도 포함시키는 게 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으로 분류돼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보 통합'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 의원은 개정안에 제안 이유를 '유보 통합에 필요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 대상에 어린이집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자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어린이집 모습.(사진 = 뉴시스)
 
교육계 "어린이집 지원으로 교육에 투입될 예산 줄어들면 교육 환경 더욱 악화"
 
해당 법안을 두고 교육계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 현장도 과밀학급 문제와 건물 노후화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교부금을 다른 곳에 유용하기보다는 이러한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 '2022 교육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에서 한 교실당 학생 21명 이상인 학급의 비율이 74.8%, 26명 이상인 학급의 비율은 36.3%에 이를 정도로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아울러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이 활용하는 필수 건물(교사동·급식동·특별교실) 중 준공 40년이 지난 건물의 비율이 30.1%에 달합니다. 아직 석면이 철거되지 않은 초·중·고도 전국에 5400곳이나 됩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부금의 대부분은 인건비·시설비·기관 운영비 등 감축이 어려운 고정 경비라 어린이집 지원으로 교육에 투입될 예산이 줄어들면 안 그래도 열악한 교육 환경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 비용을 줄이려는 여러 편협한 시도는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지원 등 보육 사업에 투입하는 연 6조7000억원의 예산은 그대로 놔두고 교부금으로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건 열악한 유·초·중·고 교육 환경을 외면하는 처사"라면서 "안 그래도 교육 현장에서는 '유보 통합'을 두고 교육은 실종된 채 보육에만 치중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이번 법 개정안으로 '보육 중심의 유보 통합'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만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감협의회 "'유보 통합' 소요 비용은 별도의 재원 확보 계획 세워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교부금의 어린이집 지원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유보 통합'이 초·중등교육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유보 통합'을 추진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까지 초·중등교육 예산에서 충당하려 한다면 이는 초·중등교육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유보 통합' 소요 비용은 별도의 재원 확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기준 교육부 소관 유아교육(유치원) 예산은 약 4조9000억원, 보건복지부 소관 보육(어린이집) 예산은 약 10조원인 상황"이라면서 "'유보 통합'이 이뤄진 이후에도 보건복지부 부담분을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 대상에 어린이집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자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교부금 교육감 특별위원회 소속 교육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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