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정부에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지원금을 요청할 전망입니다. 기업 기밀 유출이 우려가 되는 상황에서도 미국 반도체 보조금 수령을 위해 200곳 이상 기업들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에 투자키로 한 대부분의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보조금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지요. 이에 따라 독소 조항을 우려하며 신청을 머뭇거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보조금 신청할듯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의 '칩4 동맹'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미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대체적입니다. 다만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일부 조항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원금의 조건으로 내건 몇몇 조항들에 대해 TSMC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WSJ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미 공장 건설 계획과 관련해 미 정부 보조금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워싱턴과의 정보 공유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미 반도체법에 따라 70∼80억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TSMC는 400억달러를 들여 미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지을 예정입니다. 다만 TSMC는 미국에 보조금을 신청하면서도 일부 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지난달 30일 대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러한 조건 중 일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미 정부와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TSMC의 행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데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의 영업에 관해 광범위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지원금 신청을 머뭇거리게 하는 독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분수령…"기한 마감 정해지지 않아 협상 이어갈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신청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상황에서, 오는 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여기서 나온 성과를 종합 검토한 뒤 보조금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얘기지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함께 하는 만큼 독소 조항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인 수율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등 무리한 조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 회장과 최 회장 등이 방미 기간 중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자료 제출 범위 축소 등의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입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달러(약 19조9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현재 양사 모두 보조금 신청 의향서 제출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보조금 신청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밀 유출 논란 등에 대한 해법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조금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제출한 사전의향서(SOI)는 현재 200건 이상 접수됐습니다. 삼성전자도 SOI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미국 사업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SK하이닉스의 경우 SOI를 제출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반도체법 보조금은 SOI에 이어 사전신청, 본신청, 기업 실사 절차 등을 거쳐 지급됩니다. 다만 기업들이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미중 갈등 속 중국 편에 선다는 이미지를 미국에 줄 수 있단 점에서 SOI 제출의 경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신청서 마감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독소조항 완화 등 협상을 이어가며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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