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것이 풋옵션 가격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재판부가 보고서 작성 절차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안진회계법인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 공방을 벌이고 있는 어피너티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교보생명의 주식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의 주식가치평가를 한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여론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무죄를 두고 안진 회계사들의 가치평가 결과 풋옵션 가격이 정당하다고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지난 9일 안진 회계사들의 무죄 판결 이후 공식입장문을 내고 "법원은 풋옵션 가격의 정당성을 실질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재판 결과가 어피너티와 안진이 공모해 산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고 있어 해석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분분합니다.
이달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1-1부(재판장 이승련)는 어피너티의 의뢰를 받아 교보생명 가치평가를 한 안진 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공인회계사법 위반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안진 회계법인이 어피너티와 공모하고 일방적으로 어피너티에 유리하게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부풀려 풋옵션 가격을 부당하게 높게 책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피너티는 안진 회계사들이 실시한 교보생명 가치평가는 전문가적 판단이었다는 것이 무죄 판결로 인정됐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어피너티 측은 "이번 재판 판결은 안진의 교보생명 주식평가 과정에 회계사법 위반이 없었다는 것이고 결국 보고서 역시 휴효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며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풋옵션 가격 자체도 유효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법률 및 회계 전문가들이 어피너티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이번 사건 2심 재판 판결문을 모두 확인한 결과, 이 재판은 안진 회계사가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적법성의 문제는 없다는 것이지 가치평가한 내용이 적정한가는 별개의 쟁점"이라며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판단 자체에 잘못이 없다고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공인회계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결 결과가 회계사들이 작성한 평가 자체에 대한 효력을 인정했다고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 틀린 해석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안진 회계사들이 어피너티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회계사의 전문적 견해에 따라 평가 방법 등을 선택했다고만 밝혔습니다. 이들이 작성한 가치평가 보고서나 풋옵션 가격에 대한 판단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현직 회계사도 같은 의견을 전했습니다. 김경율 회계사는 "개인적으로 무죄 판결 자체가 보고서 내용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내용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며 "회계사가 내린 판단에 대해서도 사법부는 고유의 업무 영역을 존중할 뿐 회계사의 판단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 이를 다투기 위한 재판도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회계사는 또한 "아무리 문제가 많은 가치평가를 했다 하더라도 회계사가 공인회계사법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교보생명에 대한 안진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보고서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는 평가인자(평가방법) 하나의 변화도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며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안진이 교보생명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 쓴 방법은 과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치평가에 소요된 시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김 회계사는 "이번 사건 1심의 판결문 공개 내용 중 공소 내용을 보면 가치평가업무는 2018년 10월22일부터 2018년 11월22일까지 이뤄졌고, 재판에서는 회계사들이 가치평가 업무에 200여 시간을 소요했다고 나왔다"며 "가치평가 업무에 안진 회계법인이 해당 업무에 소비한 시간이 상당히 적었는데, 충분히 주의 의무를 기울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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