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강제징용 알맹이 빠진 반쪽짜리 해결책…'제2의 한일위안부합의' 판박이 전락
정부, 병존적 채무인수 의지 재확인…징용 피해자들 강력 반발 불가피
전범기업 기부 안 할 가능성…'일본 법적책임' 빠진 '위안부합의'와 유사
2023-01-12 15:26:00 2023-01-12 21:42:41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12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정부가 추진 중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이 정작 '일본의 법적책임'이라는 알맹이가 쏙 빠진 반쪽짜리 해결책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지난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와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종합토론에서 "검토를 거듭할수록 핵심은 어떤 법리를 택하느냐보다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서도 우선 판결보상금을 받으실 수 있다, 받으셔도 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한일 기업의 기부만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대신 갚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인데요. 
 
일본 전범기업 아닌 '제3자 배상' 공식화
 
전날 일본 아사히신문이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한·일 양국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정부 간 합의문은 별도로 만들지 않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방법은 피고(일본 전범기업)들의 채무를 제3자인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재단(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인수해 원고(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입니다. 한일 기업이 재단에 기부금을 내면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인 건데요. 앞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받은 일본 전범기업들이 계속 배상에 미온적이자, 내놓은 방법입니다. 현재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2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머셋 앞 인도에서 열린 제153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방식은 이미 피해자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겁니다. 국내 기업과 달리 일본 전범기업들이 기부에 참여하지 않을 시 일본 기업의 직접적인 배상과 진정한 사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피해자 단체의 염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법적 논란 넘어 역사적 퇴행 이끈 강제징용 해법
 
또 일본의 법적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기로 하고 대화 창구를 닫아버려 '졸속 외교'라는 비판을 들었던 지난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의 재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일본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을 국내에 설립하고, 일본이 10억엔(약 94억원)을 출자하는 데 합의하며 "이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 속에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최근 비상시국선언문을 내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무시하는 윤석열정부의 해법안은 사법부 판결을 행정부가 무력화시키는 조치로 삼권분립에 반하여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윤석열정부가 이 해법안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2015한일위안부합의'와 같은 외교 참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파장이 커지면서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는 시작 전까지 극심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일단 정부 방침에 반발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단 등 일부 단체 등이 불참을 선언하며 '반쪽짜리' 토론의 장으로 전락했고요. 애초 외교부와 한일의원연맹의 공동주최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연맹 소속 야당 의원들이 '내부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고 반발, 외교부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리면서 마지막 여론수렴 절차의 장은 그렇게 빛이 바랬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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