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교보생명 즉시연금보험 가입자들이 연금월액을 전액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즉시연금에 대한 미지급 보험금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한 가입자들이 결과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은 다음 주 중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즉시연금은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번에 납입하고, 그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액을 돌려받는 보험이다. 가입자들은 과거 가입한 즉시연금의 연금월액에서 만기환급금을 준비하기 위한 금액을 제외하고 연금월액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보험약관에도 이 사실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연금에서 공제한 금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입자들이 곧바로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는 교보생명이 가입자에게 공제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입자 패소를 결정했다. 2심 재판부는 연금월액 지급을 위한 계산식인 '산출방법서'를 통해 공제 사실을 유추할 수 있고,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편입된다고 봤다. 산출방법서는 보험 계약의 근간이 되는 보험약관에 첨부되는 서류도 아니고, 소비자에게 필수로 교부되는 서류가 아니지만 보험약관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본 것이다.
가입자들은 산출방법서에만 있는 연금월액 계산 방식은 보험약관으로 인정할 수 없고, 보험약관에 없는 내용인 만기환급금 준비 재원 공제는 보험 계약의 내용으로 성립할 수 없다며 2심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리고, 보험사와 가입자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 판단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창호 인슈포럼 대표는 "1심과 2심 판단이 다르게 나왔을 때, 대법원이 2심 판단을 수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우려했다.
가입자측은 보험사와 소비자 간 소송에서 하급심을 꺾고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사례를 토대로 승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가입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사망보험금 지급 소송이다.
원칙적으로 극단적선택에 따른 사망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보험가입자의 유가족들은 약관 해석상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울 때의 극단적선택에 따른 사망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가장 최근 있었던 판례는 지난 4일 대법원 판례로,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군대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선택을 한 군인 A씨에 대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가입자 유가족이 패소했던 원심을 파기한 사건이다.
박기억 변호사는 "보험계약에서는 보험약관에 명시된 내용에 대해서만 주장이 가능하지만 산출내역서는 보험약관이 아니다"라면서 "설령 산출내역서를 보험약관에 편입된다고 보면 약관 해석이 중요한데, 이 경우에도 보험약관을 작성하는 보험사에 불리한 해석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법원에서도 재판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호 대표는 "교보생명과 같은 구조의 즉시연금 상품을 판매했던 NH농협생명의 경우 연금에서 준비금을 차감하고 연금월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충분히 공제 사실을 약관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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