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채 무자본 갭투자… 검찰, '화곡동 빌라왕' 일당 기소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보증금 31억원 미반환
2023-01-04 14:29:23 2023-01-04 14:29:23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무자본 갭투자 사기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3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명 '화곡동 빌라왕'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전세사기전담수사팀(부장 이응철)은 화곡동 내 수백채의 빌라를 소유하면서 임차인의 보증금을 가로챈 임대사업자 강모(55) 씨를 4일 구속기소했다. 
 
강씨와 공모해 임대 사업을 벌이고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공인중개사와 공인중개사의 동업자도 불구속기소했다.
 
강씨와 일당은 2015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건축주 등으로부터 1채당 평균 500만∼15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고 아무런 자본 없이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매수하고 임대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18명, 피해 금액은 총 31억6800만원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애초에 실질 매매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임대차보증금을 산정해 받은 뒤 이 돈으로 추가로 빌라를 매수하고 건축주로부터 그 매수대금 중 빌라 한 채당 평균 500~1500만원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돌려받아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한 채당 100만~150만원 씩을 지급받고, 공인중개사들은 전체 리베이트 중 강씨 몫과 등기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은 수익을 5대5 비율로 분배했다.
 
검찰은 강씨에게는 임대기간 만료시 정상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었고, 공인중개사들은 이를 알고도 강씨에게 임대사업을 권유하고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음에도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보증금 돌려막기'로 연연하다 대량의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이며 대부분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강서경찰서는 2020년 8월 강씨 등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수사 기록과 법리 검토를 하는 등 보완 수사를 해왔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2030 청년과 서민의 주택 마련 자금을 잃게 만든 피고인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추가 피해자들 관련 수사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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