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소비자 빠진 실손보험 토론회…보험료 인상 명분 쌓기
"보험료 인상 제한 풀어달라" 업계 주장 일색
온라인 참여도 제한…시청자 댓글창 막혀
2022-12-12 06:00:00 2022-12-12 08:35:06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실손의료보험료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핵심 이해당사자인 금융소비자는 배제됐다. 보험업계가 보험료 인상을 위해 명분 쌓기에만 혈안이 됐다는 눈총을 받는 이유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최근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실손보험료 누수를 막고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실손보험은 국민 75% 이상이 가입해 있다.
 
하지만 세미나는 보험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험연구원에서는 보험료를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급여 통제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손해보험협회 관계자와 KDI연구위원, 회계법인 관계자, 대학 교수 외에도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에서는 보험료와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이날 참여한 단체는 '소비자와함께'로 실손보험청구간소화에 대해 보험업계와 입장을 같이했던 경험이 있지만, 보험 소비자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단체는 아니다.
 
정홍주 성균관대 교수(경영학)는 "해당 단체는 소비자 문제에 있어서 전문성을 갖고 일리있는 주장을 펴는 곳"이라면서도 "다양한 소비자 이슈를 다루고 있어, 보험 문제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가진 곳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소비자와함께 관계자도 토론회 이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실손보험청구간소화와 관련해서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보험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미나서 보험료가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는데 개인적인 입장은 갖고 있지만 우리 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주제가 아니어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며 난감해했다.
 
전문가 패널로 등장한 대학 교수는 보험연구원 출신으로, 사실상 보험업계 인사로 세미나가 채워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소비자와 공급자(보험사)의 입장을 모두 헤아려 중립적인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역할이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해당 관계자는 질의응답 순서도 거치지 않은 채 토론 중 이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온라인 생중계도 함께 이뤄졌지만 질의응답은 제한됐다. 유튜브 생중계의 온라인 시청자가 질문을 올릴 수 있는 댓글 창이 막혔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영상은 토론회가 종료된 직후 비공개로 전환돼 온라인으로 참여한 시청자가 의견을 남길 수도 없게 됐다.
 
김창호 인슈포럼 대표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 "이렇게 소비자단체, 학계 전문가와 함께 토론회를 했다고 하면 여러 입장을 청취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입법에 앞서 요식 행위성 공청회들이 열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한 쪽의 입장에 쏠린 토론회였다"며 "세미나의 내용을 어떤 현안에 대한 결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구성이 중요한데, 이날 토론회와 세미나는 그렇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미나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실손보험료가 크게 인상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보험연구원은 8일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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