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은화 기자] 한달반 사이 6조5000억원 가까이 화력을 집중한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빠르게 반등한 증시의 주요 수급 주체로 외국인이 떠오른 만큼 외국인의 순매수 지속 여부는 증시 반등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증시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와 실적 전망치 하향으로 지수 하방 압력이 높아 추세적 상승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견해와 반대로 원화 강세 등 환율적 요인으로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수급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지난 9월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약 한달 반 동안 외국인이 순매수 한 자금은 6조4843억원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코스피에 유입된 순매수 자금이 9조943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65%에 이르는 금액이 단기간에 빠르게 코스피로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기록은 10월20일, 28일과 11월 10일 총 세 번으로 그 금액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2395억원이다.
지난 11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컨센서스(7.9%)를 밑돌며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급물살 타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하루 만에 코스피(3.37%)와 코스닥(2.69%)이 나란히 상승했고, 이날 외국인 자금만 코스피 7053억원, 코스닥에서 2088억원이 유입됐다.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 가운데 외국인 자금은 시 주석의 연임 분위기를 감지하고 선행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여전히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고 실적 전망이 어두워 외국인 자금 유입을 통한 추세적 전환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CPI서프라이즈는 단발적으로 종료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도 내놨다. 달러 약세에서 외국인 매수가 이뤄지는 국내 증시 한계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CPI서프라이즈로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통화정책에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종료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글로벌 전반적으로 경기 상황은 악화되고 실적 전망은 하향 조정 중이어서 추세적인 상승에 필요한 펀더멘털 동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국내 주식 매수 여력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달러가 약해지는 방향 하에서 외국인이 살 때만 한국(증시가)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멘텀이 끊기게 되면 당연히 받쳐주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원달러환율의 안정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10월 미국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달러화 정점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근거도 제기된다.
실제 원달러환율을 살펴보면 외국인 러쉬가 시작됐던 지난달 9월29일 1434.0원이던 원달러환율은 11일 기준 1319.0원으로 약 8% 하락했다. 10월14일 1442.50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 전환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완화 기대감이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자극해, 원화 강세를 견인했다"며 "글로벌 외환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리크스나 존재하고 국내 신용경색 리스크도 남아 있어 추세적 하락을 얘기하기에 다소 이른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하회하는 CPI발표는 달러화 추가 약세 재료이자, 달러 정점론에 힘을 더해준다"고 덧붙였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환율이나 금리가 안정화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그런 부분을 증시에서 반영하는 모습이 조금씩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3연임이 결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은화 기자 acacia04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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