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 번복 논란 여파가 일단은 확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연말과 내년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보험사들이 상환 계획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당장 이번달 중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곳은 푸본현대생명과
롯데손해보험(000400)이다. 각각 신종자본증권 400억원, 후순위채 9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두 보험사 모두 콜옵션 이행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8월 4%대 저축보험을 판매하며 5000억원의 목표액을 3일만에 달성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9월 공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1400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확충을 실시했다.
내년 말까지 콜옵션이 돌아오는 곳은 △DB생명 신종자본증권 300억원(5월) △
한화생명(088350) 신종자본증권 1조600억원(4월) △KDB생명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6월) △신한라이프 후순위채 2000억원(7월) △
현대해상(001450) 신종자본증권 3400억원(8월) 등이다.
DB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 등 보험사들도 콜옵션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B생명은 이미 한차례 콜옵션을 연기한데다 내년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에는 자본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무리 없이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도 저축보험 판매와 부동산 자산 처분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내년에 도래하는 콜옵션은 모두 이행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자금 여력이 충분하고 영업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 상황이 양호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현대해상은 아직 콜옵션 만기 일정까지 시일이 상당 기간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재 채권 발행 규모가 현대해상의 자금 체력에 비해 많은 수준이 아니고, 지금이라도 상환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은 KDB생명도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계열사인 KDB생명이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시장과 정부가 져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중도상환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지급여력기준인 K-ICS의 도입 등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의 콜옵션 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흥국생명이 콜옵션 파기를 결정했었던 것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을 중도상환한 뒤에도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K-ICS에서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지급여력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콜옵션 미이행 결정의 경우 RBC비율과 관련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새 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콜옵션 이행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 흥국생명)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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