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흥국생명 콜옵션 중단…보험업계 '돈맥경화' 경고음
흥국생명 콜옵션 파기…DB생명도 콜옵션 연기 결정
한화생명, 최근 채권 발행 계획 연기
보험사, 채권 시장 경색 우려 깊어져
2022-11-07 06:00:00 2022-11-07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업계의 자본 유동성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중도상환) 결정을 취소한 파장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 확충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 지표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에 이어 DB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
 
DB생명 관계자는 "올초부터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르며 채권 시장이 좋지 않았고 내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회사 자금이 늘고 재무건전성도 큰 폭으로 상승하게 돼 있어 투자자를 모두 만나 설득하고 동의를 얻었다"며 "채권 계약을 변경하면서 콜옵션 기일이 따라서 바뀐 것이지 일방적으로 콜옵션을 취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오는 9일 예정된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이 되는 장기 채권으로, 발행 기관에게는 빚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에 대체로 콜옵션 제도를 이용해 투자 심리를 설득해왔고 이 때문에 콜옵션 실행은 업계 암묵적 관례로 여겨진다.
 
사실상 흥국생명이 돈을 못 갚겠다고 선언한 것이어서, 흥국생명의 자본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면서 차환을 발행하는 것보다 기존 채권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지 회사 자금에 문제가 있어서 콜옵션을 연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투자 신뢰도의 하락과 투자 심리 위축이다. 여파가 우선 국내 보험업계에 영향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흥국생명의 조치에 대한 업계의 비판이 거세다. 이번 콜옵션 취소 사태로 보험사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채권 발행 당시와 9월에 했던 콜옵션 이행 약속을 깬 것으로 국내 보험업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선례가 되고 말았다"며 "흥국생명 투자자 입장에서는 돌려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돈을 받지 못한 것이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 잃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보험사 채권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채권 발행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투자 시장에서 금융지주 채권에 대해 12%의 금리를 요구할 정도로 채권 금리가 많이 올랐고 보험사 채권 금리는 이보다 더 높게 형성될 것"이라며 "앞으로 금리가 더 높아진다면 중소보험사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채권 발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이번 콜옵션 사태 이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채권 발행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내년 상반기 조기 상환 시점이 도래하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을 위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했지만 발행 계획을 내년으로 잠정 연기한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기 전 선제적으로 채권 발행을 계획했지만 채권 발행 시장의 상황이 안 좋아지며 금리가 10%가까이 올랐고, 채권 발행이 급하다고 보지 않아 시기를 조율하기로 한 것"이라며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었었고 당시에도 금리 상황을 보고 채권 발행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보다 자금 여력이 좋지 않은 보험사들은 채권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다만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콜옵션 이행을 지킬 것이고, 내년 차환 발행 시점까지 채권 발행이 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콜옵션 파기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상황이 악화됐다는 의견도 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취소에 대해 굳이 금융당국이 나서 해명하면서, 금기시 됐던 콜옵션 파기를 대한민국 금융당국이 나서 문제가 없다고 밝힌 모양새가 됐다"며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 심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부동산 자산을 처분해 자본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려는 보험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채권 발행을 연기한 한화생명은 이달 중 노원·평촌·부천·구리의 사옥 등 2000억원 상당의 부동산 자산을 한화리츠에 매각하기로 했다. 한화손해보험도 3일 자산 총액의 2.2% 가량인 4560억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을 처분할 것을 알리며 목적이 재무건전성 제고라고 공시했다.
 
(사진 = 흥국생명)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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