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금융당국이 생명보험사의 저축보험 금리 경쟁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열기는 가시기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높은 이자율인 5.3%를 넘는 저축보험 상품이 곧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ABL생명 등 생보사들은 5%대 금리로 저축보험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이미 목표 판매금액 모집을 완료한 흥국생명도 5% 저축보험 출시를 조율하고 있다. 특히 현재 4.5%대 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한화생명의 경우, 이자를 인상한다면 5.3%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의 저축보험 금리 경쟁은 금감원의 제동에도 오히려 한층 가열된 모양새다. 금감원은 저축보험 금리 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며 지난 6일 저축보험 가입 시 표면금리가 아닌 실질수익률을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IBK연금보험이 5.3% 저축보험을 출시하며, 그간 4%대에서 형성됐던 저축보험 금리 경쟁선이 단숨에 뛰어올랐다. 5%대 금리의 저축보험이 나온 건 2011년 이후 11년만이다.
저축보험이 은행에서 판매되는 까닭에 저축보험을 내놓는 보험사들은 현 시점 최고 이자율로 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IBK연금보험이 해당 상품을 출시하자, 5%의 금리로 저축보험을 출시하려 했던 A생보사는 돌연 출시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이 5.3%를 상회하는 이자율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것도 IBK연금보험이 저축보험을 5.3%에 내놓으며 저축보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어, 이보다 낮은 금리로는 가입자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신협이 연 10% 금리의 정기적금을 내놓는 등 은행·저축은행의 수신금리 경쟁도 치열해, 생보사 입장에서는 저축보험 금리를 두고 보험사는 물론 은행과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시중의 유동자금을 어느 금융권이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은행에 4.6%, 4.8%의 정기예금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금리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4.5%의 저축보험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저축보험 외에 유동 자금을 끌어올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은 점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 채권의 평가 금액이 떨어지면서 보험사들이 손실을 헷지하기 위해 거치식 저축보험을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 방안은 부동산 매각이나 일시납 저축보험 판매 정도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상 시기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5%대의 금리가 이미 생보사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방카슈랑스 상품에 대해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 등을 고려한 사업비는 1.8% 내외로, 4.5% 금리의 상품이라면 보험사에게는 사실상 6%가 넘는 부담이 된다"며 "현재 판매중인 타 보험사 상품보다 높은 금리로 인상을 하거나 사실상 저축보험 판매를 포기하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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