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뿔난 푸르밀 낙농가 “신준호·신동환 각성하라”
푸르밀 본사 앞서 시위…"오너일가의 무성의 태도, 답답하다"
원유 쿼터 기본료 인상·손해보상 요구…"목숨걸고 투쟁할 것"
2022-10-25 17:43:27 2022-10-26 09:28:44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푸르밀이 사업 종료와 전직원 정리해고를 통보한 가운데 폐업 날벼락을 맞은 낙농가들이 푸르밀 오너일가를 규탄했다. 당장 생계가 끊기게 생긴 이들은 푸르밀 오너일가에게 폐업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라북도 임실군 낙농육우협회와 푸르밀 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내달 30일을 끝으로 갑작스럽게 폐업을 선언한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원유 공급 해지에 따른 낙농가 손실 보상 등에 관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상옥 임실낙우협회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 등 오너일가를 향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이상옥 임실낙우협회 회장은 “낙농가는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손해도 감수하며 푸르밀의 앞날을 위해 한 가족으로 생각하며 지지해왔다”면서 “하지만 푸르밀의 무성의하고 신의를 저버린 행위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신동환 대표에게 원유 공급 해지에 따른 낙농가 손실 보상 및 원유 기본 쿼터 매수에 관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그에 따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이 사태에 무성의하고 책임없는 태도에 참으로 막막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푸르밀 낙농가들이 집회를 열고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 등 오너일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낙농가는 푸르밀 오너일가에게 원유 쿼터 기본료 인상과 낙농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유 쿼터에 비례한 손해를 보상해줄 것을 촉구했다. 갑작스러운 푸르밀의 폐업으로 향후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낙농가에 따르면 소 한 마리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에 1000만원 가량이다.
 
임실에서 올라온 한 낙농업자는 “당장 내일 우유를 못 내면 먹고살 수 없다. 저희가 하고 있는 생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푸르밀이) 폐업을 하면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백여마리 이상의 소들을 어디다 버리겠느냐, 그런 심각한 상황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낙농가는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푸르밀 오너일가가 들어주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푸르밀 공장의 정상화를 간절히 기원한다”면서도 “우리가 빚을 져서 죽으나 여기와서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요구조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푸르밀 직속 농가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에서 낙농가와 푸르밀 직원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한편 이날 이 회장을 비롯한 낙농가는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담은 문서를 들고 푸르밀 본사를 방문했지만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다만 신 회장과 신 대표의 권한을 위임받은 오태한씨가 이들과 대화에 나섰다. 푸르밀에 따르면 오씨는 이날 푸르밀 사업종료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됐다. 낙농가와 오 비대위원장은 20여분간 대화에 나섰지만 소득없이 끝났다.
 
이 회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은) 낙농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대화 자체가 안 됐다”면서 “오너를 만나야하는 데 무능한 오너는 뭐가 무서워서, 도망가서 이 자리에 안 나타났는지, 또 다음 상경을 위해 한번 논의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회의과 관련해 오 비대위원장은 “(오늘 낙농가와) 부사장하고 대화하기로 약속이 됐는데 (푸르밀)부사장이 관뒀으니까 아무도 없는데 회사에서 저렇게 먼 길로 온 사람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신동환 대표가 낙농가와의 대화 자리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 비대위원장은 “(신 대표가) 젊은데 이런 난관을 처음 당해서 쇼크 상태”라고 답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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