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기업공개(IPO) 냉각에 공모주 수익률이 부진해지자 직원들마저 회사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사주는 직원들이 사는 회사 주식으로, 통상 우리사주 청약률이 높으면 내부 직원들이 회사 성장성에 확신을 갖고 있다는 시그널이 되곤 한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직원들이 우리사주 주가 급락에 금전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 점도 우리사주 외면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절반 이상이 '0건'…멀어진 우리사주 대박의 꿈
21일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상장한 8개 기업 가운데 5곳은 우리사주를 배정하지 않거나 청약이 0건으로 집계됐다. 전날 상장한 핀텔은 청약 물량 5%를 우리사주에 우선배정했으나 청약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남은 물량을 기관에 전량 배정했다. 이 밖에 샤페론, 에스비비테크, 오에스피, 선바이오 등은 아예 우리사주를 우선배정하지 않았다. 우리사주 청약률이 비교적 높았던 곳은 탑머티리얼(5%) 정도며 이노룰스는 4.15%, 모델솔루션은 2.56%의 물량이 직원들 몫으로 돌아갔다.
기업은 상장 시 직원들에게 발행주식 중 일부를 우선 배분하고는 하는데, 이를 우리사주라고 한다. 향후 주가 상승이 예상되면 직원들은 시장 공모가에 우리사주 배정 물량을 살 수 있으며, 청약 참여를 위한 자금을 낮은 이율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
작년, 제작년과 비교해 우리사주 열기는 한층 가라앉은 분위기다. 작년 10월 신규상장한 9개 기업 중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과 씨유테크 두곳만 우리사주를 배정하지 않았으며, 제작년 10월엔 빅히트(현 하이브)와 바이브컴퍼니가 20% 우선배정 청약을 대부분 소화하는 등 대부분 기업들 IPO에서 우리사주는 빠지지 않았다. 기업은 총 발행주식 수의 20%까지 우리사주로 배정할 수 있다.
우리사주 외면 배경에는 공모주 수익률 부진이 있다. 올해 첫날 따상에 성공한 새내기주는 새빗켐, 케이옥션, 포바이포, HPSP, 유일로보틱스 등 5곳에 불과하며,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이 주가 급락으로 빚더미에 앉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사주 대박의 꿈은 멀어지고 있다. 과거 공모주 열풍 때 직원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우리사주를 신청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풍경이다. 최근 IPO를 진행한 상장사 기업 대표는 "직원들이 우리사주에 관심도 없고 하려하지 않아 따로 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내부 직원이 확신하는 성장성 '우리사주'…관심 높은 예비상장주는
증시 부진에 우리사주 완판은 어려워진 환경이지만, 우리사주 청약률은 여전히 회사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직원이 회사 미래에 확신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주식이며, 보호예수 1년이 걸려있어 보다 신중히 투자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IPO 대어들의 경우 우리사주 청약률이 상장 직후 주가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모주 열풍을 일으킨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하이브,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에서 우선배정한 우리사주 물량 20%는 거의 완판을 달성했다. 이들은 대부분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의 두배에 형성한 뒤 상한가 기록)'에 성공하거나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 이후 신규 상장사 직원들 역시 '우리사주 대박의 꿈'을 키웠다.
반면 우리사주에서부터 외면받은 IPO 대어들은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다. 첫날부터 주가가 부진해 실망을 안겨준 크래프톤은 총 발행주식 중 20%를 우리사주에 우선배정했으나 청약률은 20%에 불과했다. 총 발행주식 수의 4.1%만이 직원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이 밖에도 롯데렌탈(8.6%), 쏘카(7.9%) 등 대어들도 상장 직후 성과가 좋지 않았다.
향후 주가 흐름의 성패 가늠자로서 예비 상장주들의 우리사주 청약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반청약까지 마친 플라즈맵은 우리사주에 배정한 10%가 완판되면서 최근 IPO 기업 가운데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을 앞둔 뉴로메카는 15%를, 산돌과 펨트론은 각각 4.0%, 4.55%를 우리사주에 우선배정하기로 했다. 저스템·큐알티·제이아이테크 등은 우리사주를 배정하지 않는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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