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고채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라면 특수채와 은행채로 시야를 넓히는 것이 좋겠다. 디폴트(부도) 위험은 거의 없지만 채권수익률은 은행예금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특수채는 주로 공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요즘 한창 인기가 높아진 한국전력이 발행한 채권도 특수채에 속한다.
한국전력이 올해 9월1일에 발행한 2년물 채권 한국전력공사채권1269은 표면금리가 4.70%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도 금융시장이 긴박하게 움직이다 보니 금리가 올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시세가 하락, 현재 채권수익률은 5.2%에 달하는 상황이다. 올해 5월 표면금리 3.70%로 발행돼 채권만기가 2025년 5월18일에 돌아오는 3년물 한국전력공사채권1201도 지난주 98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 가격은 채권수익률 5.15%가 예상되는 수준이다.
한국전력은 현재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 있지만 공기업이라서 채권 부도 위험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신용등급도 AAA가 매겨져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개발채권 역시 낮은 부도 위험에도 채권수익률은 국고채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지역개발채권이란 서울시를 제외한 지자체가 지방재정법에 근거해 해당 지역의 인프라, 교육 등의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각 지역에서 자동차를 구입할 때 매입했다가 되파는 채권이 이 채권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는 도시철도공채를 발행한다.
채권 거래 화면에서 ‘지역개발’로 검색하면 각 지자체가 발행한 지역개발채권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주 종가 기준으로 4.5%대 수익률이 즐비하다. 경남지역개발채권22-09 시세는 8455원까지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4.53%으로 상승했다.
지역개발채권은 발행금리가 1%대로 매우 낮지만 채권가격이 크게 하락한 탓에 수익률이 급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채권의 만기가 5년 또는 7년으로 긴 채권이고 잔존기간이 짧은 채권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성격이 있다.
하지만 2024년 12월31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광주지역개발채권19-12이 최근 소량의 거래가 이뤄진 데서 볼 수 있듯 시장의 변화로 기회는 생기고 있다. 이 채권은 14일 9574원에 체결됐다. 4.4%의 수익률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은행과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이 발행하는 채권도 특수채이긴 한데 평소 거래가 없어 일반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돌아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나마 중소기업은행의 일부 채권물은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은행(신종)1310이30A-23 채권의 현재 수익률은 5.1%를 기록 중이다.
다만 은행이 발행한 채권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은 채권만기가 30년 이상인 신종자본증권 이른바 영구채를 발행한다. 중소기업은행의 이 채권도 2013년에 발행, 2043년 10월이 만기다. 다행히 발행 10년차인 내년 10월24일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아예 은행채로 관심을 넓힌다면 기대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 현재 제주은행과 경남은행 채권이 6%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발행된 제주은행 조건부자본증권(상)5(신종-영구-5) 채권은 9730원을 기록했다. HTS에 찍힌 이 가격에 해당하는 수익률은 6.14%다. 경남은행17-11이표(신종)-30A-28 채권도 6%대 수익률이 기대되는 가격에 거래 중이다. 이 채권은 AA-등급 30년만기 신종자본증권으로 발행 후 거의 9년이 흘렀다. 발행 당시 금리 수준이 높아 표면금리는 6.135%로 높게 책정됐다. 이후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덕분에 채권가격이 올라 지난해 말엔 1만3000원을 넘보기도 했으나 1만200원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사기업이지만 부도 위험이 매우 낮아 원리금 상환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투자기간은 고려할 사항이다. 경남은행의 신종자본증권에는 발행 10년 후 콜옵션 조항이 있으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추가로 높이는 스텝업 조항이 빠져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 은행으로서는 옵션을 행사해 채권을 중도상환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이 채권가격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내년 금리가 하락 반전할 경우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국공채와 다르지 않다. 디폴트 위험이 현저히 낮은 채권을 은행예금보다 높은 금리로 투자할 수 있는 매력은 무시할 수 없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