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의 숙원이었던 자체등급분류제가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 놓은 가운데 사업자 지정제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격 심사 과정에서 충족 요건이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지정제를 점진적으로 신고제로 전환하는 한편, 실제 법 조항 시행 단계에서 걸림돌을 제거하며 OTT들의 사업을 최대한 독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상물등급심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사후 관리와 제도 악용 등의 문제 등을 고려해 자율등급제사업자 지위를 신고제가 아닌 지정제로 결정했다. OTT업계는 자체등급분류 사업자 신고제를 강력히 희망해온 터라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자율등급분류사업자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해 법 개정의 취지인 자율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업체인 경우 행정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쉽지 않아 제도권 안에서 문제없이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사업자 위주로 지정돼 규모에 따른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료로 제공되는 콘텐츠인데도 사전등급 심사를 받지 않고 있는 등 심의 제도에 형평성 문제가 내재돼 있다"면서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사업자들이 책임감 있게 진행하고 사후 심의를 보완하는 신고제 형태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모든 영상물 콘텐츠는 사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뒤 유통하게 돼 있으나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는 사전등급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OTT 자율등급제는 영상 콘텐츠 유통 시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제도로, 문체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5대 규제개선 과제 중 하나다. 국내 OTT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등급을 판정받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올해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등급 분류가 완료되기까지 지난해 기준 약 10일이 소요됐는데, 업계는 적시성이 중요한 OTT 사업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해왔다.
영비법 개정안에는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한 법적 정의도 담겨 있어 기획재정부의 명확한 세제 지원 방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지난 5월 OTT에 대한 법적 정의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지원 근거가 마련했으나 기재부는 정의가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달 21일 발표한 기재부의 2022년 세제개편안에는 OTT콘텐츠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했으나 업계는 3년 한시 적용인 데다 세액공제율 확대가 빠져있다며 아쉬워하는 상황이다. 현재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은 10% 수준이다.
일단 OTT 업계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지원책 마련 기조에 반색하면서도 반대 급부로 미디어에 대한 규제 정비를 명분 삼아 OTT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준비 중인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방송법과 IPTV법을 하나로 묶으면서 OTT도 하나의 미디어 서비스로 간주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OTT 업계는 유료방송만큼 사업권에 대해 법적인 보호나 지원이 없이 규제만 비슷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업계는 정부가 OTT 육성과 부흥을 주도하기보다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지원받으면서 넓은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조성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K콘텐츠가 어느 순간 더 이상 신선하지 않아지고, 새로운 문화권의 콘텐츠가 각광을 받게 되면 지금만큼의 인기를 끌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단기간에 소멸되진 않겠으나 계속 발전하고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토대를 지금부터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방송영상콘텐츠·OTT 업계 관계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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